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이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가 95%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면서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무결점 공급망'을 강조해온 삼성의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노사는 해외 일정 중인 존 림 대표의 귀국 이후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참여자의 95.52%인 335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율 역시 95.38%에 달해 노조의 강력한 결속력이 확인됐다. 현재 노조 가입자는 전체 임직원의 약 75%인 3689명으로, 실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생산 인력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사 갈등의 핵심인 보상 수준과 경영 개입 여부를 놓고 양측은 13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거둔 역대급 영업이익률에 걸맞은 평균 14%의 임금 인상(기본급 9.3% 인상 + 개인별 고과 평균 5% 인상)과 함께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영업이익의 20% 수준의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그동안 다른 삼성 계열사 대비 연봉을 비롯한 처우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사측은 평균 6.2%의(기본급 4.1% 인상 + 개인별 고과 평균 2.1% 인상) 인상률과 격려금 200% 지급안을 고수하며 중장기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비용 구조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 제도 전반과 분할·합병 시 사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사측은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사정보 유출 사건의 후속조치도 쟁점이다. 노조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제한 등을 취업규칙에 명문화하고 노조 탄압 의혹을 받는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뚜렷한 의견 없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노조는 해외 출장 중인 존 림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마지막 비공식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오는 4월22일 집회를 거쳐 5월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들여 쌓아온 글로벌 신뢰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고난도 공정으로, 수주간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에 파업으로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배양 중인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CDMO 사업의 핵심 가치인 납기 준수와 안정적 공급 능력이 의심받게 되면, 론자와 후지필름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수주전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를 갖췄더라도 품질 검증과 공정 관리에는 숙련 인력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상황에서 이번 노사 리스크는 K-바이오의 수출 경쟁력 전체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림 대표 귀국 후 이어질 막판 담판에서 경영진이 내놓을 전향적인 카드가 파업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생노조 관계자는 "파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사측이 개선안을 들고 오면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 관계자는 "임금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