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장 인선 반년째 '표류'…리더십 공백에 업계 "교통정리 시급"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6.03.31 13:00 / 수정: 2026.03.31 13:00
카드·캐피탈 현안 누적 속 협회 역할 약화 지적
금융권 전반 인선 지연 흐름 속 협회도 영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 종료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장후보자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 종료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장후보자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여신금융협회장 인선 연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전업계에서는 교통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신임 협회장의 기조와 함께 추진해야 할 사업이 산적했는데 총괄할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서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 종료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장후보자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10월 5일 종료됐다. 그러나 차기 회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공식 임기 종료 후에도 반년째 직무를 이어가며 역대 최장수 회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앞서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도 여신금융협회장 시절 차기 회장 선임 지연으로 인해 지난 2022년 6월 임기 종료 후 약 3개월간 추가 임기를 수행했지만, 정 회장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통상 여신금융협회장 인선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보자 공모 △면접 및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4~6주 내 마무리된다. 다만 현재까지 회추위조차 꾸려지지 않으면서 절차가 시작되지 못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선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장 인선이 늘어지면서 회원사를 중심으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임기 종료부턴 금융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이 어려운 '레임덕' 상태인 만큼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제도적 공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임기 만료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셋리스트 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어할 규정 자체가 미비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는 점과도 대비된다. 롯데카드는 대표이사 공백을 수개월 내 해소하며 경영 정상화에 나섰고, 비씨카드도 장시 수장 대신 새로운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반면 업권 전체를 대변하는 협회는 여전히 후임 회장 선임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것이다.

문제는 인선 지연이 길어지는 사이 업계 현안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신규 결제 수단 대응 방향을 두고 관망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 확산으로 실물카드 이용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지만, 업권 차원의 방향 설정이 지연되며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는 가계대출 규제와 수수료 정책 변화 등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업권의 의견을 모으고 당국과의 협상 창구 역할을 수행할 협회의 기능이 절실한 것이다.

캐피탈업계는 기존 물적금융 중심의 사업 경험을 토대로 본업과 연계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대리점 운영이나 통신판매업 진출 등 겸영·부수 업무 범위를 넓혀 달라는 요구를 제기한 상태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여전업계 관계자는 "당초 금융당국 인선을 지켜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차기 협회장 인선이 이렇게까지 지연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이제는 모든 여전업권이 차기 회장 인선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선 절차가 지연되는 배경에 관료 출신 후보를 염두에 둔 '대기 기류'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간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는데, 정책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과 조율을 위한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이두형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를 거친 관료 출신이며, 김근수 전 회장 역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뒤 협회장에 선임된 바 있다.

반면 현재 거론되는 차기 협회장 후보군은 관료보다는 민간이나 학계 출신이 중심을 이루는 분위기다. 카드사 및 금융권 출신 전직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금융 관련 학계 인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며 후보군이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디지털 결제 환경 변화와 신사업 확대 필요성을 고려할 때 실무 경험이나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회장 인선 지연 배경에 대해 상위 금융기관의 기관장 선발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장 선임 이후 3년간 업권을 대표해 정책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일정 수준의 후보군이 형성되고 전반적인 인사 구도가 정리된 이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내부적으로 인선 절차를 진행할 준비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절차를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여건이 갖춰질 경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인선 작업에 즉시 착수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당장 준비 중인 것은 없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시작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여건만 갖춰지면 곧바로 회추위 구성 등 인선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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