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기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키며 '청라 시대'를 공식화했다. 비과세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한 자본준비금 감액,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강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도 함께 의결되면서 연임 이후 첫 주총의 무게중심은 회장 안건보다 '실행 과제'로 옮겨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제2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자본준비금 감소,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주총 전부터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주요 안건 전반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큰 표 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청라 이전이었다. 하나금융은 정관 변경을 통해 본점 소재지를 기존 서울특별시에서 인천광역시로 바꾸는 절차를 마무리했고, 이 변경의 효력은 2026년 9월 30일부터 발생한다. 주총 문턱을 넘으면서 하나금융이 장기간 추진해 온 청라 이전 계획은 더 이상 구상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갖춘 실행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하나금융은 청라국제도시에 그룹 거점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왔고,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를 세운 데 이어 2019년에는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올해 하반기 그룹 헤드쿼터 완성이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 통과를 사실상 '하나드림타운'의 마지막 제도적 퍼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향후 청라 거점에 지주와 계열사 일부 조직을 배치하고 약 2800명의 임직원 상주와 900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하나금융은 자본준비금 7조4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회사 측은 이를 바탕으로 2026년 기말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해 왔고 이번 의결로 밸류업 정책의 실탄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다만 자본준비금 감액이 곧바로 배당 확대를 자동으로 뜻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주주환원 강도는 향후 실적과 자본 여력, 배당정책에서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소비자보호 기능이 한 단계 올라섰다. 하나금융은 기존 이사회 소위원회 성격의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소비자보호위원회로 격상하는 정관 변경도 함께 추진해 왔고, 전자주주총회 도입 근거 역시 이번에 마련했다. 감독당국이 금융권 이사회에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주문해 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개편은 하나금융이 주주환원과 함께 소비자보호 체계도 동시에 손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사회 구성은 큰 폭의 교체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하나금융은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기존 사외이사 다수를 재선임하는 안을 올렸다. 사내이사로는 이승열·강성묵 부회장 선임 안건이 상정됐으며, ISS는 이사 선임을 포함한 올해 주총 안건 전체에 찬성을 권고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하나금융 주총은 비과세 배당 재원 확대와 청라 이전,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강화처럼 '주주환원·지배구조'의 실행 안건이 중심"이라며 "안건 통과 이후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제도와 운영이 따라오느냐가 시장의 다음 평가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