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속 타는 재계, 그래도 상반기 채용문 활짝 열었다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3.20 11:19 / 수정: 2026.03.20 11:19
주요 대기업 잇달아 신입 채용…청년 일자리 창출 의지
"채용 시장 온기 확산되려면 좋은 경영 환경 만들어줘야"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지난 2016년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르기 위해 지원자들이 서울 강남구 단대부속고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지난 2016년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르기 위해 지원자들이 서울 강남구 단대부속고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상반기 채용문을 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규제 압박,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청년들에게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잇달아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0일부터 상반기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생명,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중공업, 삼성E&A,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웰스토리 등 관계사 18곳이 지원서를 접수했고, 다음 달에는 '삼성 고시'로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한다. 최종 합격자는 5월 면접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한 이래 올해로 70년째다. 이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삼성은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금융위기 등 큰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공채를 중단없이 실시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삼성이 재계 채용 시즌의 시작을 알리자,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채용 일정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신입·경력 인재를 대상으로 전 부문 대규모 채용을 실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미래 경쟁력의 출발점이 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와의 만남을 기대한다"며 "열정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채용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한 채용 박람회에 참석한 취업 준비생의 발뒤꿈치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 2024년 한 채용 박람회에 참석한 취업 준비생의 발뒤꿈치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롯데그룹은 이달 초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을 시작했다. 회사는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려고 공채에서 채용 전형을 변경했으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6·9·12월에 맞춰 수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번 3월 채용에는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첨단소재, 롯데칠성음료 등 15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CJ그룹은 지난 18일 신입사원 채용 접수에 돌입했다. 서류·테스트 전형, 계열사별 맞춤 전형 등을 진행하며,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오는 7월 입문 교육을 실시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보다 모집 규모를 30% 늘린 점이다.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 회장은 "미래 혁신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이며 "'하고잡이' 인재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다.

LG그룹에서도 계열사별로 채용 소식을 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유플러스가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SK하이닉스가 오는 23일까지 양산 기술, 설계, 소자, 연구개발(R&D) 공정 등 핵심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한화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이 최근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당초 상반기 채용 시장이 다소 경직될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관세·규제 리스크 등 경영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중동 전쟁이라는 큰 변수가 더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확대 노력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강한 데다, 지난해와 비교해 기업 심리가 일부 회복되면서 채용 여건 또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10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 중 66.6%가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5.8%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채용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며 "채용 시장의 온기가 널리 확산되기 위해 과감한 규제 합리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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