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의 자본 지원을 발판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전에 속도를 낼 채비다. 다만 증권 자본 확충과 보험 건전성 대응이 맞물리면서 지주 차원의 자본 부담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미 우리투자증권 증자 필요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 2월 6일 우리금융의 2025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곽성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 1조202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중장기적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종투사 달성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유상증자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가닉 그로스(자체 성장)를 통해 증권 부문을 키운다는 전략 아래 단계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법적 절차상 3조원에서 4조원으로 확대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보다는 중기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주 차원에서 증권 육성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시장도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자본 확충 논의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사안이라기보다 지난해 9월 우리금융이 내놓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가깝다. 우리금융은 당시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등 총 8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그룹 자체투자 7조원도 별도로 내걸었다. 이 가운데 1조원은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로 배정됐다. 우리투자증권이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기업공개(IPO) 단계 기업까지 성장 단계별 자금 공급을 맡는 구조인 만큼, 자본 확충은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그룹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기반 성격이 짙다. 우리투자증권 측이 "작년 9월 지주 회장이 증권 자본 필요성을 언급한 적 있다"고 설명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사업 기반도 차근차근 넓혀왔다. 한국포스증권은 2024년 7월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 및 단기금융업무 인가, 투자매매업 변경 예비인가를 받았고, 같은 해 8월 우리투자증권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25년 3월 19일 우리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변경인가를 의결하고, 3월 21일 이를 공고했다. 이로써 우리투자증권은 인수업을 포함한 투자매매업 기반을 확보하며 종합증권사 체제를 본격화했다. 합병 이전에는 지분증권 투자중개업 제한으로 사업 확장 폭이 좁았지만, 이후 투자중개·운용과 주식자본시장(ECM) 등으로 외연을 넓힐 기반을 갖췄다.
실적 흐름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수익 1871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당기순이익 27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1201억원으로 12.7% 늘었고, 비이자이익은 670억원으로 29.8% 증가했다. 영업수익 내 비이자이익 비중도 2023년 31%에서 2024년 33%, 2025년 36%로 높아졌고,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비중 역시 8대 2에서 5대 5 수준으로 바뀌며 IB 중심 체질 전환이 진행 중이다. 리테일 고객 수도 2024년 68만5000명에서 지난해 70만9000명으로 늘며 영업 기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자본 확충과 맞물릴 경우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중기 과제로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7%, 자기자본 2조1000억원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자기자본이 1조202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확충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주 차원의 지원 방향이 분명해지면서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종투사 지정의 핵심 문턱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할 경우 기업 신용공여와 전담중개업무(PBS) 등 기업금융 관련 업무 범위를 넓힐 수 있어,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수익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증권 육성은 비은행 강화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은행 중심 수익구조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증권을 통해 IB와 모험자본, 자산관리 영역을 키우겠다는 방향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우리금융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서 우리투자증권의 모험자본 투자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고, 최근에는 그룹 공동투자펀드와 연계한 생산적 금융 실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 확충 논의 역시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그룹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지주 차원에서는 자본 배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이행·보고하라는 부대조건도 함께 부여받았다. 여기에 보험업권에서도 기본자본 K-ICS 비율 제도가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증권 성장자금과 보험 건전성 대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국면이다. 금융당국은 기본자본비율 50% 미만 보험사에 대해서는 경과규정을 둔 뒤 적기시정조치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 지원 여력과 보험 자본의 질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자에 대해 시기나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