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T+2 길다" 지적에…스테이블코인, 증시 대안 부상하나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3.19 11:10 / 수정: 2026.03.19 11:10
거래소 "T+1 전환 늦지 않게"…결제 단축 공식화
다음 단계는 T+0…스테이블코인 결제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T+2 주식 결제 시스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제 인프라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결제(T+0)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T+2' 주식 결제 시스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제 인프라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결제(T+0)'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거래 후 대금이 이틀 뒤 들어오는 현행 'T+2' 주식 결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증권 결제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결제 주기를 단축하는 수준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결제(T+0)'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2영업일 후) 주냐"며 결제 지연 구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제적 동향을 반영해 결제 단축을 늦지 않게 준비하겠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 체결 이후 실제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까지 2영업일이 소요되는 'T+2'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거래 안정성과 결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장치로, 증권사와 거래소, 예탁결제원이 참여해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상호 간 정산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결제 주기 단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인도 등 주요 시장은 'T+1' 체제로 전환했고, 유럽도 2027년부터 동일한 방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이 워킹그룹을 구성해 결제 주기 단축을 위한 실무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증권업계는 단순한 'T+1' 전환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인프라 혁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와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 액트'가 통과되면서 관련 논의는 한층 현실성을 얻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결제 수단으로 인정되면서 글로벌 증권사들은 이를 활용한 결제·정산 모델을 본격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김승연 넥스트증권 대표는 <더팩트>에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증권업 결제 인프라를 바꿀 핵심 열쇠"라며 "24시간 결제와 담보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의 사업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T+1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시간 결제 인프라 가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와 동시에 결제를 구현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증권업계가 T+1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시간 결제 인프라 가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와 동시에 결제를 구현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해외 주식 거래 구조도 크게 바뀔 수 있다. 현재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계좌에 예치해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환전 과정 없이 즉시 거래가 가능해지고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지갑 기능을 결합할 경우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 역시 개선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자산 토큰화(STO), 온체인 담보, 레포(환매조건부채권) 등 새로운 수익 모델도 열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자본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금융 인프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 정비가 지연되면서 현실적인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규제 수준,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허용할지, 비은행 사업자까지 확대할지를 두고 당국과 정치권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도화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규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업계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전하고 재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공시와 외부 감사 등 사실상 은행 수준의 규율이 요구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연 대표는 "결국 지니어스 액트는 증권사에 거래·결제·자금·커스터디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구"라며 "앞으로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더 빠르고 저렴하며 24시간 열려 있는 글로벌 브로커리지 경험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결제일 단축을 넘어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은행업계는 예금 이탈과 수수료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증권업계에는 STO와 실시간 정산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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