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간 디자인 모방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빠르게 성장해온 국내 아이웨어 시장의 '디자인 경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 유사성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까지 모방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제품과 매장 콘셉트 모방을 주장하며 민·형사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지난달 13일 대전지방법원이 부정경쟁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최진우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최 대표는 현재 구속 기소 상태다.
젠틀몬스터 측은 외부 전문기관의 3D 스캐닝 분석 결과를 근거로 총 33개 제품에서 높은 수준의 유사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모델은 유사도가 99.9%에 달하며 대표적으로 2021년 출시된 'JEFF' 모델과 블루엘리펀트 제품은 렌즈를 상호 교환할 수 있을 정도로 동일성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95% 이상의 유사도를 보이는 제품이 30건 이상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를 단순히 참고 수준이 아닌 '정체성 모방'으로 규정하며 소비자 오인과 혼동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논란은 아이웨어 제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젠틀몬스터는 파우치 디자인과 매장 공간 연출, 조형물 등 브랜드 경험 전반에서도 유사성이 확인된다고 주장한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해당 파우치 디자인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지식재산처와 대전지방검찰청 수사 결과 블루엘리펀트는 별도 디자인 인력 없이 기존 제품을 촬영한 뒤 해외 제조업체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약 50종의 아이웨어와 파우치 제품이 생산됐으며 지난 2023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32만여개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젠틀몬스터 측은 이 같은 디자인 모방이 실적에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매출은 지난 2022년 약 9억원에서 2023년 57억원, 2024년 3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는 특정 기업 간 분쟁이 아닌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번 사례가 창작과 공정 경쟁 환경을 지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블루엘리펀트 측은 '아이웨어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안경은 얼굴에 착용되는 제품 특성상 렌즈 고정, 코받침, 다리 구조 등 인체공학적 제약이 존재해 일정 범위 내에서 형태가 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안경 업계에서 선행 제품을 참고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부정경쟁방지법 역시 통상적인 형태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전 대표의 검찰 기소와 관련해 안경의 인체공학상 구조상 유사한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디자인·공간·콘텐츠 분야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유사 제품 검증 프로세스와 외부 변리사 자문 기반의 IP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매출 대비 2%에서 3%로 확대한다. 이 가운데 최진우 전 대표 사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등 조직 쇄신에도 나섰다.
패션업계 전반에서도 유사한 갈등은 반복돼 왔다. 아디다스는 2017년 푸마를 상대로 '줄무늬' 디자인 소송을 제기하며 브랜드 상징 보호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일부 브랜드들은 줄무늬나 밴드 디자인이 업계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요소라며 과도한 독점 주장에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아이웨어 브랜드 사안은 등록 디자인권 침해가 아닌 '상품 형태'를 모방했는지 다투는 것으로 법적 판단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과 아이웨어는 기능과 디자인이 결합된 산업인만큼 유사성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까지 베끼는 수준이라면, 또 그 과정에서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수익을 얻었다면 시장 자체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