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상용화 길 열렸지만…카드업계 실익 확보 '첩첩산중'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6.03.19 00:00 / 수정: 2026.03.19 00:00
유인책 부족·인프라 부담 카드업계 셈법 복잡
오픈페이 전철 우려…성패 여부 인프라 구축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와 수익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뉴시스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와 수익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와 수익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언급하면서 신사업 활로가 열렸지만, 소비자 효용 증대 방안과 결제 시장 형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서다. 시장에 선제 진입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리스크 또한 적지 않다는 우려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금융감독원은 2026년 중소금융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하고 카드사·여전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급결제 시장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향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신사업 창구가 열렸다는 시각과 함께 기회라는 반응이 나온다. 카드론과 리볼빙 등 금융서비스는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데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신사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간 데이터 사업과 슈퍼앱 구축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주수익원으로 자리 잡기에는 뚜렷한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앞두고도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기 어렵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가치에 연동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디지털 자산이다. 점진적으로 원화와 가상자산의 '1대1 연동'이 요구되는데, 이를 단순 결제 영역에만 적용할 경우 기존 결제 사업과 유사한 모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결제 인프라 구축도 주요 해결 과제다.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맹점 △단말기 △정산 시스템 △보안 체계 등 전반적인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MST)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달리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 단말기 및 결제망과 연동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결제시장은 애플페이 서비스 시행 이전까지 MST 단말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제적으로 이미 상용화된 NFC 단말기조차 초기에는 낮은 보급률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말기 교체 등에 시간이 소요된 영향이다. NFC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결제 구조 전반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초기 안착에 더 큰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는 관측이다.

도입 초기 마케팅도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소비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구매한 뒤 결제하게 되면 편의성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유인책도 약해진다. 이 과정에서 초기 이용자 확보를 위해 캐시백 확대나 적립률 상향 등 출혈 마케팅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작도 전에 유행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특허를 출원할 당시만 해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격전지로 주목받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한때 전 세계적으로 대체불가토큰(NFT) 바람이 불면서 카드업계 또한 기존 사업에 NFT를 접목해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관련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제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의성인데, 원화로 원화를 사서 결제하는 방식에 그친다면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현장에서도 실제 적용 방안에 관해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정착을 위해서는 최소 신용카드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는 성공의 분수령으로 주요 카드사의 동참 여부를 꼽는다. 유사한 시기에 사업을 동시에 시행해야 인프라 구축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카드업계가 결제시장 확장을 시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사례도 있다. 카드사 공동 결제 서비스인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드사 앱 간 연동을 통해 타사 카드까지 등록·결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간편결제 대비 차별성이 크지 않았고 사용 편의성도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삼성·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불참하면서 결제 인프라 확대에도 난항을 겪었다.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될 경우 시장 안착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애플페이 도입 초기에도 NFC 단말기 보급과 수수료 부담 등으로 회의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주요 사업자의 참여와 이용자 유입이 맞물리며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콘텐츠를 내세우기 이전 과제는 인프라 구축인데 주요 카드사가 힘을 합쳐야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유행에 그칠 우려도 있는 만큼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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