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증권사들이 금융당국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부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인지수사권을 부여받으면서 '금융검찰'이 탄생하는 등 금융당국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 보강을 통해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정책과 규제 대응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은 이달 중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주총)에 금융당국 출신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나증권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출신 정완규 후보자를 추천했다. 하나증권은 추천 사유로 "행정고시 합격 후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여신금융협회장직을 역임하는 등 30년 넘게 금융 산업 전반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쌓아온 전문가"라고 밝혔다.
현재 주력 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발탁한 증권사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안 후보자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자문단 자문위원과 옴부즈만(소비자부문) 위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추천 사유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감독기관의 각종 자문위원 및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융규제와 법제 개선에 기여함으로써 금융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당사가 디지털 자산 및 핀테크 영역의 전략을 추진할 때 법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석동 후보자를 추천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제1차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신한투자증권은 후보자 추천 사유로 "금융 관련 실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시경제, 국내·국제 금융, 외환 등 경제정책 전반과 실물경제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금융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NH투자증권은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를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후보자 추천 사유로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및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재직중인 금융 및 재무분야 전문가"라며 "금융 및 재무분야 전문로서 업무 경험 및 보유 역량을 바탕으로 이사회 및 위원회 활동 참여를 통해 회사 발전 및 주주가치 제고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NH투자증권은 김 교수 추천 사유로 "금융 및 회계분야 전문가로서 업무 경험 및 보유 역량을 바탕으로 이사회 및 위원회 활동 참여를 통해 회사의 발전 및 주주가치 제고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 인사심사평가위원을 지낸 이관영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경기주택도시공사,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여러 기관에서 실무·자문 역할을 하며 공정한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이와 같은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회사의 재무위험성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고객최우선을 목표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재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금융당국 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변화와 인지수사권 도입 등 권한 강화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금융 당국이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서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됐다. 다음달부터 금융감독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이 도입돼 금감원 조사→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수사 개시로 과정이 확 준다.
현재는 금감원이 조사한 사건이어도 수사를 개시하려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와 증선위 의결을 거친 뒤 검찰로 넘어간다. 이후 검찰이 해당 사건을 금감원 특사경에 배정해야만 수사가 시작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최근 업계에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생애주기별 투자자보호 강화 등을 주문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금융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통해 정책 부응 역량을 키우고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향후 당국 출신 인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서 '절름발이' 신세를 벗어나 권한이 막강해진 만큼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모시려는 경쟁은 치열해질 것 같다"며 "안 그래도 인재 풀이 좁은 업계 특성상 당국 출신 인사는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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