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생산과 연구개발(R&D) 전반에 로봇을 접목하며 '스마트 제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 공정의 자동화는 물론 시험, 검증 단계까지 로봇이 투입되면서 품질 신뢰도와 생산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주요 ODM(연구·개발·생산) 기업들은 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며 공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K-뷰티 확산으로 품질 기준과 생산 속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콜마홀딩스의 주력 계열사인 한국콜마는 화장품 보존력 시험에 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존력 시험은 제품이 미생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핵심 절차로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로봇이 단순 반복 공정을 대체하면서 시험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2.5배 빨라지고 미생물 반응 확인 직업의 처리량도 약 50% 증가한다. 야간 무인 운영까지 가능해지면서 회사 측은 외부 시험기관 의뢰 물량을 연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험 성적서 발행 속도와 정확도 역시 개선된다.
아울러 한국콜마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결합한 '피지컬 AI' 환경 구축에도 나선다. 로봇이 축적한 시험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는 구조로 향후 연구개발 전반의 자동화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AI 팩토리 얼라이언스' 사업에서도 화장품 기업 중 유일하게 주관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콜마홀딩스는 지난 2월, AI 기반 상품 기획 플랫폼을 선보이며 '기획 자동화' 영역까지 확장한 바 있다. 키워드 입력만으로 제품 콘셉트부터 제형, 용기까지 도출하는 방식으로 기존 수개월 걸리던 기획 과정을 30초 수준으로 단축시켰다.

코스맥스는 시험단계에서 로봇 활용도를 끌어올린다. 국제 표준 자외선차단지수 시험법(ISO 23675)을 도입하며 로봇팔 기반 자동도포 장비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제형을 도포했기에 편차가 발생했지만 로봇을 활용해 도포 균일도를 확보하면서 평가 일관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개선했다.
특히 기존 인체 적용 시험법 대비 최대 4~5주 걸리던 평가 기간을 하루로 단축할 수 있어 제품 개발 속도 역시 크게 앞당겨졌다. 코스맥스는 이를 기반으로 유럽시장을 겨냥한 선케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일찌감치 생산 현장 전방의 '자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8월, 잉글우드랩 자회사 잉글우드랩코리아를 중심으로 충전, 포장 라인 자동화와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 도입을 추진하며 공장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생산 최적화 시스템을 결합해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로봇 도입 흐름이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품질 표준화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확대될수록 국가별 규제 대응과 품질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사람의 숙련도에 의존하던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AI를 결합한 스마트 공장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향후에는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물류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친 자동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