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최고경영자(CEO) 승계와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지주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감독당국 지적에 따라 현장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를 전면에 내세운 데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주총 이후로 미뤄지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잇따라 찬성 의견을 내면서 주요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이달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오는 23일 주총을 개최하며, 하나금융은 24일,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6일에 연다.
이번 주총 시즌에 4대 금융지주는 공통적으로 감독당국의 지배구조 지적에 대응해 현장 전문가 중심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근 신임 사외이사로 법무법인 더위즈의 서정호 대표변호사를 추천했다.
서 후보는 법률전문가로 국세청과 재정경제부를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더위즈에서 조세를 비롯한 금융·행정과 기업관련 자문 업무를 경험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 추천위원회(사감추위)를 열고 박종복, 임승연 후보자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박종복은 SC제일은행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이며, 임승연 후보자는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다.
하나금융은 현장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소비자보호 전문가인 최현자를, 우리금융은 정용건, 류정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각각 금융소비자보호와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이다.
이 같은 전문가 영입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학계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에 대응하는 조치다.
지난 1월 이 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면서 "JP모건 등 미국계 투자은행(IB)의 경우 경쟁사 출신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학계 인사는 거의 없다. 현장 중심 거버넌스가 시장 원리에 맞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감독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가 주총 이후로 연기되면서 무난히 안건들이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연기한 이유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와의 간담회 일정 등을 다시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참여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약 두 달간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 책임성 확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을 제한하기 위해 CEO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방안,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등이 주요 검토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별결의가 도입되면 일반결의보다 높은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해 연임 문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민감한 CEO 선임 구조를 건드리는만큼 수위 조정 또는 세부 보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일 것"이라며 "예정대로 일찍 개편안이 나오더라도, 당장 이달말 열리는 주총에 반영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의결권자문사들이 연이어 국내 금융지주사들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면서 주총의 안건 통과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근 ISS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ISS가 모든 금융지주사의 모든 안건에 찬성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ISS는 지난 2020년 채용비리 혐의, 라임펀드 사태 등 책임 문제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연임에 반대했으며, 지난 2022년 역시 채용비리 혐의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관련 문제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선임도 반대했다.
또 ISS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연임과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을 반대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 비율이 높아진만큼,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찬성 의견은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3월12일 기준)은 63.30%다. KB금융이 76.65%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61.75%), 신한금융(61.85%), 우리금융(47.12%) 순으로 높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 CEO 연임에서는 채용비리나 불완전 판매와 같은 법률적인 리스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관련 법률 리스크가 완화된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선제적으로 사외이사진을 개편하는 안건 등이 찬성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