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하 지연 우려로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증권가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44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82% 오른 18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2월 27일 기록한 고점(22만3000원) 대비 17.04% 내려와 있으나, 3월 들어 확대된 변동 폭에 비해 다소 보합권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SK하이닉스도 흐름이 유사하다. 같은 시간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2.64% 오른 93만4000원에 거래되면서 고점(109만9000원)보다 15.01% 하락하고 있지만, 3월 1일 기록한 93만9000원과 근접한 수준에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가 이날 보합권을 보이는 배경에는 3월 초 급격히 확대된 변동 폭에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는 시선은 상승을 확신하는 흐름으로 쏠리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조정을 숨 고르기로 규정하며 목표주가를 파격적으로 상향하는 모양새다.
눈높이를 올리는 핵심 근거는 단연 실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서다. 특히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과거 슈퍼사이클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32만원으로 높였고, SK하이닉스는 140만원에서 170만원까지 올려 잡았다. 역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과 실적 개선이 전망의 배경이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 확대는 내년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전체 D램과 낸드 출하량의 60% 이상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고성장 가치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증권도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반 디램 중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상향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도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저평가 받을 이유가 제거됐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9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산재한 리스크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는 흐름으로 바뀌면서 가파르게 치솟는 유가나 환율이 국내 증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가능성도 부담이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되자 기술주 중심의 반도체 섹터에 벨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수급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가 감지된다. 최근 외인과 기관이 고점 부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팔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최근 증시 흐름이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패닉셀을 겪으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고, 종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은 상존한다"면서도 "메모리 업황의 선행 지표는 여전히 견고하고, 주가에 대한 가격 매력도와 배당 수익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