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NH투자증권이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늦추는 가운데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앞두고 향후 기업금융(IB) 전략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인가가 확정되면 IB 확장과 리스크 관리를 이끌 경영 체제의 윤곽도 함께 드러날 전망이다. IMA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기업금융 자산 운용과 자금 조달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제도인 만큼 차기 대표 선임과 맞물린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 'IMA 3호' 눈앞인데…차기 CEO 인선 왜 늦어지나
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을 제외했다. 회사는 지난달 12일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경영승계 절차를 밟아왔지만, 주총 전 대표를 확정하는 대신 단독대표·공동대표·각자대표 가운데 어떤 지배구조가 맞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체제가 정리되면 임추위를 재가동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절차를 밟는 구조다.
NH투자증권 측은 "당사는 사업부문 간 균형 있는 성장과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 차원에서 지배구조 체제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 검토는 대주주와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에 제안된 사항으로, 급격한 자본시장 환경 변화와 사업규모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필요성이 제기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후임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는 윤병운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 중심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표면상으로는 인선 연기지만 시장에서는 시점이 절묘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같은 날 증권선물위원회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안건을 의결하면서 IMA 진입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지면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세 번째 IMA 사업자가 된다. 인선과 인가가 따로 노는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 '단독'이냐 '각자대표'냐…IMA 시대 누가 IB 키울까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만 허용된다. 고객 예탁금을 통합 운용해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70% 이상 투자해야 하고, 발행어음과 합산한 자금 조달 한도는 자기자본의 300%까지 열려 있다. 대신 조달액의 일정 비율을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며 그 비중은 올해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높아진다. 부동산 관련 자산 한도도 단계적으로 10%까지 낮아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인선의 핵심을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 '어떤 체제로 가느냐'에서 찾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IB·IMA·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 성장동력을 키우는 동시에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압박도 커진 상황"이라며 "한 사람에게 모든 역할을 요구하기보다 역할을 분리한 투톱 체제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표 선임이 소모전으로 흐르면 회사 평판만 상할 수 있다"며 "지금은 누가 더 적합한지보다 어떤 조합이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릴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NH투자증권이 각자대표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영업과 딜, 장기자산과 기관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한 축에 모두 얹기보다는 역할을 나눠 책임을 분산하는 편이 IMA 시대에 더 맞는 구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A 인가 직후에는 상품 설계와 자산 배분, 모험자본 운용, 손실충당 체계 등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 만큼 지배구조 정비를 선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최대 실적 냈는데…왜 '체제 정비'부터
더욱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NH투자증권이 부진해서 인선을 미룬 게 아니라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1조315억원, 영업이익은 1조4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0.2%, 57.7%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23년 7.5%에서 2025년 11.8%로 뛰었고 자산관리(WM)·IB·운용 등 주요 사업부문이 고르게 개선됐다.
실적만 놓고 보면 경영 연속성에 힘이 실릴 법하지만 이사회는 오히려 대표 선임보다 체제 검토를 먼저 택했다. 이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8조원 요건을 맞춘 뒤 같은 해 9월 IMA를 신청했고 약 6개월 심사를 거쳐 이번 증선위 문턱을 넘었다. 실적 호조와 IMA 진입이 동시에 현실화한 시점에 단순 연임이나 단독체제로 곧장 가기보다는 IB 확대와 리스크 관리가 병행 가능한 틀부터 다시 짜겠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IMA라는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하는 시점에 대표 체제가 장기간 불확실한 상태로 이어질 경우 상품 출시와 IB 확대 속도가 경쟁사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A 인가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후 어떤 체제로 IB 전략을 밀고 갈지"라며 "18일 이후 NH투자증권이 차기 CEO 인선을 어떤 구조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IMA 3호’의 의미도 단순 인가를 넘어 실제 IB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