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상법 개정 시행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다가오며 증권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도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자금이동)'가 가속화하면서 이익 규모가 커진 데다가 정책 효과까지 더해지며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에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요 증권사들의 주총이 순차적으로 열린다. 현재 삼성증권·다올투자증권·LS증권(20일), 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SK증권(24일), NH투자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키움증권(26일), 한국금융지주(27일) 등이 주총일을 공시했다.
주총을 앞두고 증권사들은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며 증권업계에도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호실적을 기록한 대형 증권사들의 배당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순이익 '2조 클럽' 반열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6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만7613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배당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2.72% 늘어난 수준이다. 2022년 배당총액은 8402억원이었다. 이후 2023년에는 4003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에는 5500억원으로 늘었다. 배당성향도 25.1%로 정부가 정한 고배당 기업 요건(△배당성향 40% 이상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이익배당금 10% 이상 증가)을 충족한다.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은 역대 최대 규모인 6354억원 수준의 주주환원을 실시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총 배당액은 4653억원으로 이 중 현금배당은 약 1744억원이다. 지난해 현금 배당금액 1467억원 대비 3배 이상 규모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보통주 약 1177만주, 2우선주 약 18만주를 대상으로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보통주 및 우선주 약 405만주 등을 소각한 금액까지 합산하면 약 1701억원 규모다. 이를 모두 종합한 올해 주주환원율은 40.2%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보통주 1주당 4000원, 총 357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올해 배당성향은 35.4%로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했다. 시가배당률은 5.0%로 업종 내 상위권에 속한다.
NH투자증권은 보통주 1주당 1300원, 총 4878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시가배당률은 4.2% 수준이다.
키움증권도 보통주당 1만1500원, 유안타증권은 주당 220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각 사의 배당 성향은 27%, 47.9%로 분리과세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대신증권은 상법 개정에 앞서 지난달 선제적으로 1535만주의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보통주 932만주(기보유 1232만여주 중 일부)와 제1·2우선주 603만주 전량을 포함한다. 아울러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1200원, 우선주 1250원, 2우B 1200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배당 총액은 약 944억원이다. 올해부터는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비과세 배당도 추진한다. 개인 주주의 세 부담을 낮춰 실질적인 배당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움직임은 올해 1분기 폭발적인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풍부한 곳간을 바탕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증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예금, 퇴직연금 수요를 흡수하며 은행 중심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이 증권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기대감을 키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증권사들의 유례없는 주주환원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이익의 과실을 공유하는 주주 친화 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10일까지 합산 거래대금 평균은 69조6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36조9000억원 대비 88.7% 증가한 수치"라며 "일간 거래대금은 지난 3월4일 139조원을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수치를 매일 경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시기"라며 "증권주는 실적 성장과 함께 멀티플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주주환원 확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