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현장은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최전선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는 큰 폭으로 줄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중대재해'를 국가 정상화 과제 중 하나로 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건설업 특유의 산업구조와 작업환경을 고려한 보완책 없이 사고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규제 확대에도 지속되는 건설업 사망사고, 제도 보완 방향은'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자는 매년 증가했다. 사망자 감소 폭도 크지 않았다. 2022년 건설업 재해자는 3만1245명에서 2023년 3만2353명, 2024년 3만437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연도별로 539명·486명·496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2025년 3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사고사망자는 457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210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제조업 사망자가 119명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 위험도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건설업은 전체 산업 대비 사고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2024년 기준 건설업 재해율은 1.45%로 전 산업 평균 재해율 0.67%의 두 배를 넘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먼저 적용됐다. 2024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경영책임자와 법인 처벌을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 사망사고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다수 작업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건설현장 특성상 사고 위험 관리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해 다발 업종인 건설업에서 재해자·사망자 감축을 위해서는 건설근로자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를 유도하고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며 "2018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 대책에는 안전수칙 의무를 위반한 근로자에 대한 퇴출방안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24일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건설업 노동안전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성재민 원장직무대행은 "건설업은 한국 산재 사망사고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제도 개선과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李, '산재와의 전쟁' 선포…국회 법안 다수 계류 중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마약범죄·공직부패·보이스피싱·부동산 불법행위·고액 악성 세금체납·주가조작과 함께 중대재해를 '7대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다가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춰 7대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7대 비정상을 끝내고 공정한 대한민국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전했다. 중대재해 대응 역시 강도 높은 법 집행이 예고된 셈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이 심사 중이다.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 매출액의 3%(상한 1000억원)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산재로 연간 3명 이상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건설안전 관련 법안들이 다수 계류 중이다.
◆ 구조적 개선 뒷받침…"기존 공기단축 관행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건설업 고유의 구조적 환경이 사고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안전망이 취약한 건설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안전보건관리 공백의 구조적 원인으로 저가 수주·공기단축·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책임 공백·제도 실효성 부족 등이 지목됐다. 공사비와 공기가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 속에서 안전 관리가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현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안전관리자들의 서류 작업은 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안전보건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소규모 현장은 역량 부족으로 시스템 구축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건설노동자들은 안전보건제도 밖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고서는 "안전조치 시간을 반영한 적정 공사기간 보장으로 기존의 공기단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무리한 공기단축 시도는 산재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보건 예산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 건설현장은 초기업 수준에서 안전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동의 안전보건관리와 안전보건교육 등 개별 건설현장 단위의 예방 대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며 "중소 건설현장 대책에는 지자체와 원청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화와 외국인 고용 증가를 감안한 예방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7대비정상#중대재해#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중처법#건설현장#건설사고#안전관리#건설사망사고#건설업사망사고#건설재해자#공기단축#안전보건관리#안전보건예산#더불어민주당#패가망신#산재#산업재해#건설업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