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칼국수 한 그릇 1만원, 삼겹살 1인분 2만원 시대. 치솟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경기 불황 여파로 지갑을 닫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1만원권 한 장으로 해결 가능한 구내식당이 직장인들의 '미식 대피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급식업계 'BIG4'(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는 이전과 차별화된 콘셉트와 다채로운 메뉴를 앞세워 고객 경험 강화에 나섰다. 외식비 부담에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공략해 고정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주요 오피스권 구내식당의 한 끼 가격은 보통 5000~7000원 선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은 9923원, 삼겹살 1인분(200g)은 2만1056원에 달한다. 외부 식당 대비 30~50%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흑백요리사2'의 화제 인물 선재스님과 협업해 구내식당에서 비우는 콘셉트의 사찰 음식을 선보였다. 자연에서 온 제철 식재료로 맛을 살리면서 자극적이지 않게 음식을 조리했다. 건강한 식문화를 찾는 웰니스 트렌드도 착안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선재스님과 공동 개발한 메뉴로는 △연잎향 품은 오색간장비빔밥 △제철나물을 넣은 두부김밥 △우엉 들깨탕 △표고 떡볶이 등 6종이다. 국내 전통 발효 장(醬)을 사용해 음식에 깊은 풍미를 더했고, 단시간에 볶거나 데치는 사찰식 조리법도 적용했다. 가공식품을 배제하면서도 김치를 비롯한 모든 반찬도 사찰식으로 조리했다. '비워야 채워집니다'를 콘셉트로 해 사찰 음식의 매력을 전달했다.
아워홈은 국내 급식업계 최초로 미식 가이드인 '블루리본 서베이' 인증을 획득한 점을 살렸고, 이를 구내식당으로 적용했다. '급이 다른 미식' 브랜드 캠페인을 띄워 맛과 품질을 앞세웠다. 블루리본 인증을 받은 △불꽃제육볶음 △우연(牛軟)불고기 △속깊은 된장찌개 등을 구내식당에서 식판으로 담아냈다.
아워홈은 또 한국인의 주식인 밥 품질도 집중하며, '밥 소믈리에' 양성에 나섰다. 자사 소속 셰프 10인이 밥 소믈리에 자격을 획득, 이를 구내식당 조리 표준 매뉴얼 고도화로 연결한 것이다. 쌀 품종별 밥맛과 식감, 물성 등 특징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메뉴별 어울리는 쌀 적용 기준을 정립했다. 쌀의 특성과 취사 원리를 기반으로 밥 품질 메뉴얼을 고도화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외식 브랜드와 협업해 직장인들의 식판을 채우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유가네닭갈비'와 '프랭크버거', '채선당', '빕스', '만석닭강정' 등 외식 메뉴들을 식판으로 꾸려 익숙한 맛을 강조했다. 현대그린푸드는 'H-로드트립'을 전개하며, 100여개 외식 브랜드와 콜라보 메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의 식습관을 반영해 구내식당으로 옮겼다. 직장인들이 짧은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샐러드나 도시락 등을 구내식당에 진열한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재 간편식 품목 수를 650종까지 늘렸으며, 1000억원을 투입해 자체 식품 제조시설인 '스마트푸드센터'도 마련했다.
CJ프레시웨이는 구내식당에서도 파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초호화 식재료를 내놓았다. 특식 메뉴로 캐나다산 자숙 랍스터를 활용한 '랍스터 버터구이'를 선보인 것이다. 최고급 식재료로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점이 특징으로,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와 협력해 랍스터를 직접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런치플레이션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급격히 늘면서 이들의 다양해진 취향과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준 높은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급식산업 전반의 품질 기준도 이전과는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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