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제 유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종목들이 이례적인 고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를 추종할 ETF가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자 투자자들의 혼란도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ODEX WTI원유선물(H)'은 전 거래일 대비 10.57% 오른 2만207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두 자릿수 변동은 분산 투자를 지향하는 ETF 상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결과다.
원유 ETF가 도박판을 방불케 하는 높은 변동성을 보인 것은 이날만이 아니다. 이 상품은 지난 9일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첫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후 29.31%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0일 하루만에 14.08% 폭락하며 상승 분을 대거 반납했고, 11일에도 4.93% 추가 하락하며 주가는 다시 1만원대로 복귀했다. 그러다 12일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선물 계약을 주로 매수하는 글로벌 최대 원유 ETF인 'United States OIL ETF'을 추종하는 ETF로, 그간 변동성이 낮은 상품으로 분류됐다. 시가총액 16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원유 ETF로서 지난 3년간 주가도 1만원~1만5000원대를 오가는데 그쳤다.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들의 상황도 유사하다. 유가 급등락에 따라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등은 연일 두 자릿수 하락과 반등을 오가며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두 ETF는 이날 각각 9.60%, 9.46% 하락 마감했다.
이처럼 원유 ETF가 일반 주식형 상품을 뛰어넘는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뉴스 하나에 시장 심리가 극단적으로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또 ETF는 개별 종목과 달리 한국거래소에서 '투자경고 종목' 등으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위험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실시간 지표가치(iNAV)와 시장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 초과 사례가 증가하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생한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25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372건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단 7거래일 만에 한 달 공시의 3분의 2 수준이 발생한 셈이다. 유가가 단기간에 급변하면서 유동성공급자(LP)가 적정 호가를 제출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가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는 고점 추격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도 최근 원유 ETF를 포함한 ETF의 이례적인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중동 상황 장기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한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간담회를 열고 급증하는 ETF나 주가연계증권(ETN) 등 거래대금에 대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으로 ETF·ETN의 괴리율이 확대되는 경우 시장가치와 내재가치의 차이에 따른 투자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사전에 괴리율 정보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유 ETF가 기초 자산인 유가 향방보다는 투심에 움직이는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정세에 따라 자고 나면 시세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지수 추종이라는 ETF 본연의 기능보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유입돼 변동성을 더 키운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변동성이 극심하고 괴리율이 높은 시기에 무리하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자칫 고점에 물릴 위험이 크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실시간 지표가치를 반드시 확인하고 자산의 일부만을 배분하는 등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