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네이버의 미래 생존을 위해 승부수로 택한 '두나무 합병'이 예상치 못한 규제 변수에 직면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네이버가 설계한 인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해진 의장의 전략적 선택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26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교환 비율은 1대 2.54로 두나무 주식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약 2.54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며,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주식교환 이후 두나무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은 두나무 주식 대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약 19.5%를 보유하게 되고, 공동 창업자인 김형년 부회장은 약 1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양사는 오는 5월 22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주식교환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두나무 합병은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강조해 온 네이버의 미래 생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27일 합병 관련 기자회견에서 두나무와의 협력 및 인수 전략을 설명하며 "네이버의 성장은 끊임없는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해 온 역사"라며 "만약 과거의 M&A가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도태됐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개인적인 지분율 방어보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이 우선"이라며 두나무와의 결합을 네이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네이버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고, 법인이 대주주일 경우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현재 구조는 사실상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법인 대주주로 판단될 경우 지분을 34% 수준까지 낮춰야 해 상당 규모의 지분 매각이나 구조 재편이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제한 규정이 사실상 두나무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거래소의 규모에 따라 지분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두고, 투자자 보호와는 무관하게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두나무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시각이다.

지분 제한이 시행될 경우 기존 대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두나무 인수를 추진 중인 네이버 역시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경영권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해외 자본 유입 가능성도 우려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거래소 지분을 강제로 시장에 내놓게 되면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은 결국 해외 대형 자본일 가능성이 높다"며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본의 역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네이버의 두나무 합병 발표 이후 주가 흐름에도 주목하고 있다. 합병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26일 27만7000원이던 네이버 주가는 12일 오후 1시 54분 기준 21만1500원으로 약 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000선에서 한때 6000선을 돌파하며 두 배 넘게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흐름이다.
업계에선 두나무 합병 발표 이후 네이버 주가가 약세를 보인 배경에 가상자산 산업 특유의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합병 발표 이후 두나무에서 약 445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고, 경쟁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발생하며 거래소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품게 되면 해킹이나 전산 사고 같은 리스크가 기업 브랜드와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두나무 합병이 네이버의 성장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규제와 산업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