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며 물가 안정 흐름을 이어갔지만, 시장은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가 이번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3월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2% 올랐다. 모두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CPI는 2월중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지표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개시 이후의 유가 상승은 미반영됐다.
시장의 시선은 2월 CPI보다 공습 이후 고유가가 반영될 3월 물가에 쏠리고 있다.
실제, 주요 외신은 최근 유가 급등이 휘발유뿐 아니라 항공료·운송비·물류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충돌로,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해상 운송로가 이례적으로 봉쇄됐고, 그 여파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면서 "휘발유 가격은 이미 상승했으며, 이달 초 4월 초에 발표될 이번 달 인플레이션 지표에서는 물가를 훨씬 더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충돌이 "단기적 소동(short-term excursion)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한 뒤 11일 배럴당 85달러선까지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충돌이 언제 끝날지는 불확실하다.
워싱턴포스트는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의 말을 인용해 "2월 CPI는 수년래 가장 중요하지 않은 CPI일 것"이라며 "유가 상승만으로도 다음 달 발표될 물가 지표의 연간 상승률에 약 0.5~0.6%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수엘라스의 추정대로 유가 상승 효과가 연간 물가 상승률에 0.5~0.6%포인트가량 반영될 경우, 단순 계산상 3월 CPI 상승률은 2.9~3.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물가 급등은 연준 당국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을 둔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것처럼 전쟁이 조기에 끝난다면 가격 급등이 일회성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발유 가격 급등은 소비자에게 최소 몇 달간 추가적인 물가 부담을 안길 위험이 있다. 특히 "구매 가능성(affordability)" 문제는 올해 후반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미 민감한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에너지와 운송 비용 상승은 고물가와 구매여력 문제 해결을 핵심 정치 목표로 내세워 온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물가 상승은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결국 시장의 관심은 2월 CPI 자체보다 중동발 유가 상승분이 본격 반영될 3월 물가 지표와 국제유가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둔화 경로가 흔들리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폭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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