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안내해 판매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전기차 EQE·EQS 일부 모델에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됐음에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안내해 판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EQE 6개 모델 가운데 4개 모델, EQS 7개 모델 가운데 1개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그러나 딜러사 교육자료에는 CATL 배터리의 장점과 선택 이유 등이 강조됐고, 소비자 문의가 있을 경우 CATL의 우수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안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CATL이 글로벌 배터리 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로 기술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파라시스보다 우위에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파라시스는 2021년 3월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이 진행된 전력이 있다.
딜러사들도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소비자에게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안내하며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약 3000대가 판매됐으며 판매금액은 약 2810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소비자의 차량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정보라는 점에서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관련 매출액의 최대치인 4% 과징금 기준이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결정에 대해 불복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 왔으며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만 해당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법규를 준수하며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언론과 고객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계속 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기업은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납부명령 등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에서 배터리 정보가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이라며 "제조사 정보가 다르게 전달될 경우 소비자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완성차 업체들이 여러 배터리 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핵심 부품 정보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은 전기차 초기 시장에서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았던 과도기적 문제도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공정위 판단이 확정될 경우 소비자 신뢰나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벤츠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이번 사안이 고의적인 기만이라기보다 본사와 현지 법인 간 정보 전달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벤츠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의도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속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독일 본사에서 전달되는 정보 외에 국내 법인이 차량 사양을 상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배터리와 같은 핵심 부품 정보가 정확히 공유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본사와 지역 법인 간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며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관련 정보 관리가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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