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새 성장 모델 제안…"경제 성장·사회적비용 감소 동시 달성"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3.11 08:00 / 수정: 2026.03.11 08:00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호중 행안부 장관과 '성장 전략 대담'
"사회문제 해결 못 하면 비용 지속 증가해 결국 성장 제약"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성장 전략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성장 전략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이 "경제 성장과 사회적비용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 모델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성장 전략 대담'을 진행, "이제 성장하려면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저성장 돌파구, 솔루션 변화'를 주제로 경제 성장과 사회적가치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포럼 마지막 세션인 '정책가와 기업가의 솔루션 찾기'에 참여했다.

먼저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단순한 성장 둔화가 아닌, 내수 부족과 사회적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기존처럼 GDP(국내총생산) 증가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보는 방식으로는 양극화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복지와 사회적갈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결국 경제 성장 자체를 제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또 사회적가치가 확산되기 위해 측정과 보상 시스템 구축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날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점'을 설명하면서도 측정의 정확성, 효과에 대한 설득 등을 거론했다.

최 회장은 "SK는 사회적가치 창출 규모를 계량화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며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기업과 다양한 경제 주체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가치 창출을 측정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고, 이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 기반 경제 모델이 단순한 복지나 공익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내수 확대와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존 GDP 지표가 사회적가치나 환경가치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적가치와 환경가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성장 지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성장의 목표를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사회문제 해결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 모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 모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이날 윤 장관은 대담에서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민간 혁신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성장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추진, 금융 지원 확대, 공공서비스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사회문제 해결 활동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시장 구조 속에서 확장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학계·정책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재원 원장, 서울대학교 임동균 교수가 '경제 성장과 사회가치의 분리'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 참여했고, 사회적가치연구원 정명은 실장이 '사회적성과크레딧(SPC)을 통한 가치 기반 성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가치의 연결과 관련해 '분야별 경험·고충·대안'을 공유한 토론에는 수퍼빈 김정빈 대표와 우주 김정현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가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이번 포럼의 의미에 대해 "가치 성장을 말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정부·시장의 만남을 더 많이 갖기 위한 첫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책임과 가치 성장을 추구하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은 2000년대부터 주목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기업의 잠재력을 언급했고, 나아가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직접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즈음 SK그룹은 차원에서는 '사회적기업 육성안'이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대기업 최초로 사회적기업 사업단이 출범했다.

이후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에서 SPC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사회성과)에 대해 크레딧(경제적 보상)을 주면 더 많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같은 해 SK그룹은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우수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카이스트와 SE(Social Entrepreneurship) MBA 과정을 개설했다.

2014년에는 SPC 개념을 담은 도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출간했다. 이듬해 도서에서 언급한 내용을 실현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에 더해 SK그룹은 2019년부터 SK 멤버사들의 사회성과를 화폐로 계량화해 측정한 뒤,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해 왔다. 현재 SK그룹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정책 제안을 포함해 정부 및 시장에 SPC 개념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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