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외국인 방문자 2000만명, 한국인 출국자 3000만명 등 공항을 오가는 이용객이 수천만명에 달하고 있는데도 면세업계는 관광 특수를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 허브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두고, 업계의 고민이 커지게 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은 3년 만에 신라·롯데·신세계·현대 BIG4 업체들이 모두 들어서게 됐다. 인천공항 면세점이 업계 지각변동의 진원지이자, 생존을 건 격전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출국장 DF1·DF2 면세점 구역의 신규 사업자로 롯데와 현대가 최종 선정됐다. 이 구역은 지난해 말 신라와 신세계가 업황 악화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했던 곳이다. 이후 롯데와 현대가 재입찰에 성공해 사업권을 취득했고, 오는 4월 17일과 28일 개점을 목표로 재단장에 들어갔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롯데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현대 △DF3(패션·부티크) 신라 △DF4(패션·부티크) 신세계 △DF5(명품·부티크), DF7(패션·잡화) 현대 등으로 구성됐다. 롯데가 2023년 6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을 종료한 후 3년 만에 4파전이 치러진다.

◆ 인천공항 4파전에 신라 vs 롯데, 신세계 vs 현대 '지각변동'
롯데와 현대가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면세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1위 자리를 놓고 신라와 롯데가, 3위 주자를 놓고 신세계와 현대 간의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현대가 인천공항에서만 DF2, DF5, DF7 구역을 운영해 최대 규모를 거느린다는 점이다. 현대는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의 약 32%인 2600평을 영위한다.
면세업계 4사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1위로 올라섰던 신라는 지난해 면세사업 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오른 3조381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473억원을 내 2년 연속 적자 구조에 갇혔다.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롯데는 지난해 3분기까지 면세사업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17.1% 감소한 2조29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는 동안 롯데는 부실 점포를 대거 정리하면서 전년 영업손실 922억원을 영업이익 401억원으로 바꿔놨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면세사업 연 매출이 전년 대비 14.9% 증가한 2조3050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영업손실 74억원을 기록하면서 신라와 마찬가지로 2년 연속 적자를 썼다. 현대는 면세사업 연 매출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1조140억원, 영업이익 2억원으로 흑자 전환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롯데는 현대는 신라와 신세계가 반납한 DF1, DF2 면세점에 나란히 확보하면서 연간 6000억원의 매출 신장을 기대한다. 이 경우 롯데는 신라의 1위 자리를, 현대는 신세계의 3위 주자를 뺏어올 수 있다.

◆ 내수 침체, 고환율로 된서리 맞은 면세점…각 사 전략은?
문제는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감소와 환율 리스크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다. 이 현상은 면세점 업황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자는 1894만명, 한국인 출국자는 2955만명으로 양방향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들만 수천만명에 이르는 데, 면세점은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1.9% 감소한 12조53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24조8000억원) 대비 절반가량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990년 이후 최고치인 1422원을 찍으면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탓이다.
인천공항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 허브 거점으로, 면세업계 최대 매출처이자 핵심 수익원으로 꼽힌다. 그러나 면세업계 불황이 좀처럼 가시질 않으면서 국내 면세점 BIG4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인천공항 면세점을 단순한 매장이 아닌, 브랜드 홍보 및 실적 반등 교두보로 삼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라와 신세계는 가격 경쟁력보다 상품 경쟁력으로 맞서고 있고, 롯데와 현대는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힘을 기울였다.
우선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를 끊어내기 위해 사업 안정화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신라는 기존 DF3를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 국내외 고객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와 상품들을 빠르게 배치하고 있다. 신세계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 위주로 기존 DF4 매출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라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면세 쇼핑 환경을 개선하는 데 고민하고 있다"며 말했고, 신세계 관계자 역시 "최근 까르띠에 향수 컬렉션 입점과 함께 매장 추가 리뉴얼도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롯데와 현대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기반으로 매출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롯데는 3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복귀한 만큼, DF1 리뉴얼에 분주하다. 매장은 △쾌적한 고객 동선 △내외국인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 및 상품 유치 △디지털 체험형 요소 배치 등을 콘셉트로 고객을 맞는다. 최근에는 걸그룹 에스파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글로벌 마케팅도 속도를 냈다.
현대는 인천공항 DF2, DF5, DF7 면세점 사업장을 아우르면서 업계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뗐다. 인천공항 내 유일한 풀 카테고리 사업자로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금융 플랫폼 토스와 손잡고, 얼굴 인식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페이스페이'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면세점의 핵심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공항 이용 고객도 과거 단체 여행객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변화하고 있어 흐름에 맞춰 가격보다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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