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토론회가 예고된 가운데 금융당국도 신규 인가 절차 재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예비인가에서 고배를 마셨던 컨소시엄들이 재도전 채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충분한 자본력과 대주주·주주구성의 안정성이란 문턱이 그대로인 만큼, 구체적 차별화 모델과 실탄(출자 계획)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제4인뱅 설립 여부를 두고 기존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역할과 평가 기준을 전제로 토론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은 3월 말~4월 초로 거론된다. 토론회에서는 제4인뱅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톤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제4인뱅 인가 추진과 관련해 "필요성과 여건의 성숙 여부를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신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절차 재추진 여부 등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논의가 재부상한 배경으로는 '포용금융' 프레임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취약계층 대상 중금리 대출 특화 인터넷은행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점을 근거로, 제4인뱅이 취약차주 포용의 대안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엔 저축은행 역할 재정립 논의 과정에서 서민금융 지형 재정렬 관점에서 제4인뱅이 다시 거론된다는 시각도 있다.
컨소시엄들도 '관심 모드'로 돌아섰다. 지난해 예비인가를 신청했던 포도뱅크는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재참여 가능성을 열어뒀고 소호은행(한국소호은행) 역시 기회가 열리면 다시 도전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도전 시 컨소시엄 재구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재정비' 움직임도 일부 포착된다. 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끈 한국신용데이터(KCD) 쪽은 컨소시엄 재구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소소뱅크는 결제·정산 인프라 기업 NHN KCP가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는 발표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재추진의 최대 장애물은 여전히 자본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예비인가 심사에서 소소뱅크·한국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 4개 신청인을 모두 불허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결과 주요 Q&A에는 "신청인 전반적으로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담겼다. 특히 대주주 자본력이 충분치 않고, 일부 주요 주주가 투자확약서(LOC)가 아닌 조건부 투자의향서(LOI)만 제출하는 등 자본조달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명시됐다.

재도전 자체는 길이 열려 있다. 같은 Q&A에서 금융위는 "신규인가 절차를 진행한다면, 금번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신청인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시장 경쟁 상황, 금융소외계층 자금공급 상황, 은행업 영위에 적합한 사업자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절차 진행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심사 기준도 이미 '높아진 문턱'으로 정리돼 있다. 금융위는 2024년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에서 자금조달의 안정성, 혁신성, 포용성, 실현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아이디어가 아니라 혁신적 사업모델을 통한 '실질 서비스 제공'과 차별화된 고객군·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자금공급 계획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논의가 다시 살아난 것은 분명하지만 인가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자본과 거버넌스라는 정면승부를 요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 논의가 재점화됐다고 해도 인가의 문턱은 결국 자본"이라며 "확약 가능한 출자 계획과 대주주 안정성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4인뱅은 '하나 더 만들자'가 아니라 어떤 고객군을 어떻게 포용할지로 평가가 갈릴 것"이라며 "차별화 모델이 숫자로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