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서며 상장 채비에 돌입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앞서 상장을 추진했던 컬리·오아시스마켓·SSG닷컴 등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는 탓이다. 공모시장이 플랫폼 기업에 요구하는 검증의 문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무신사 역시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SSG닷컴부터 오아시스, 컬리까지…플랫폼 IPO 잔혹사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JP모건과 KB증권을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 다만 상장 시장과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채 국내 상장과 해외(미국) 상장 가능성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신사 관계자는 "주관사단 선정 이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주관사단을 먼저 꾸린 뒤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으로는 비교 가능한 성공 사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거론된다. 컬리는 2022년 8월 코스피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 1월 상장 일정을 미루며 공모 절차를 이어가지 못했다. 시장 환경과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후 컬리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과 비용 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2023년 2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부진과 기업가치를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와의 이견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회사는 외형 성장과 흑자 기조를 유지한 뒤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SG닷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10월 주관사를 선정하며 상장을 공식화했지만, 이후 공모시장 위축과 기업가치 눈높이 문제 등이 겹치며 추진을 보류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외형 성장으로 주목을 받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공모가 산정과 수요예측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된 셈이다.
투자자(재무적투자자·FI)의 회수 셈법 역시 상장 시점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무신사는 2019년 투자 유치 당시 일정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한은 2024년 말로 거론됐으나 약정이 한 차례 연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연장 조건과 새로운 만기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 실적은 좋아졌지만…공모시장이 묻는 건 '지속성'
현재 무신사는 실적 반등을 근거로 시장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신사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이 9931억원까지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 당기순이익 69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2025년에도 외형 성장세가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신사는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9730억원, 누적 영업이익 70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4분기 성수기 실적이 반영되며 연간 매출이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영업이익도 15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공모시장은 단순한 숫자 개선보다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단기간 실적 반등이 일회성 비용 축소 효과인지, 수익 모델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결과인지를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IPO 국면에서는 성장의 속도뿐 아니라 현금창출력과 비용 구조의 안정성까지 함께 검증 대상이 된다.
피어(비교기업) 논쟁도 이 지점에서 다시 부각된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 당시 3조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상장 과정에서는 10조원 안팎의 목표가가 거론돼왔다. 그러나 업종을 플랫폼으로 볼지, 패션·리테일 기업으로 분류할지에 따라 적용 가능한 멀티플은 크게 달라진다.
무신사 실적을 10조원에 단순 대입하면 부담은 더욱 선명해진다. 2024년 당기순이익 698억원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140배 안팎까지 올라간다. 장외에서 형성된 기대치가 높을수록 공모시장에서는 그 근거를 더욱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오프라인·해외로 '플랫폼 한계' 돌파 노리지만…비용 구조도 바뀐다
무신사가 제시하는 해법은 오프라인 확장과 해외 진출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국내 주요 거점과 중국 핵심 상권 등에 신규 매장 20개 이상을 추가해 연내 60호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30년까지 본토 100호점 출점을 내세우며 글로벌 확장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오프라인 확대는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이지만 동시에 사업 구조를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온라인 중개 수수료 중심 모델은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오프라인 매장과 PB 확대는 임차료·인건비·인테리어·물류비 등 선투자 비용이 수반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률과 함께 비용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중국 확장 역시 마찬가지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거점을 넓히겠다는 계획은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다. 다만 현지 운영 인프라와 물류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이 먼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신사 스탠다드 비중이 커질수록 평가의 무게중심이 플랫폼에서 리테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무신사는 2024년 실적에서 수수료 매출뿐 아니라 상품 매출과 제품 매출 등 직접 판매 성격의 매출도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 프리미엄을 주장해온 기업이 리테일 성격을 강화할수록, 공모시장은 테이크레이트보다 원가율·재고 회전율·프로모션 비용 등 전통 유통 지표를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한 IPO 관계자는 "매장 확대와 해외 진출은 투자 집행이 선행되는 구조인 만큼 공모시장에서는 성장 속도뿐 아니라 투자 대비 회수 가능성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며 "외형 확장이 숫자로 확인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비용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가 IPO 국면에서는 핵심 검증 항목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오프라인과 해외 확장이 기업가치를 곧바로 지지해 줄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풀이했다.
◆ 성수동 서울숲 프로젝트 본궤도…부동산 이미지도 부담
무신사의 부동산과 상권 장악 이미지가 IPO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신사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아뜰리에길 일대에서 이른바 '서울숲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상반기 내 패션·뷰티 매장 20여 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는 입점 브랜드 매장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사업 구조는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이를 재임대하는 방식에 가깝다. 무신사가 공실 상가 등을 장기 임차로 확보하고, 플랫폼 입점 브랜드에 다시 임대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임차 비용과 보증금 등 자금 묶임을 부담 요인으로 본다. 통상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재무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고도화보다 부동산 확장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불거진다.
무신사의 부동산 관련 이력은 과거 사례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무신사는 성수동 일대 부지를 매입해 '무신사 캠퍼스 E1'을 조성한 뒤 매각 후 재임차(리스백)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개발도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무신사를 단순 플랫폼 기업이 아닌 공간 기획·투자 플레이어로 바라보는 시선도 형성됐다.
상권 이슈 역시 맞물린다. 무신사는 2025년 9월 성수역 역명병기권을 3억2929만2929원에 낙찰받아 '성수, 무신사역' 표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수2가3동(연무장길 일대) 평당 임대료는 2023년 3분기 15만7618원에서 2024년 3분기 21만446원으로 33% 상승했다. 특정 기업 중심의 상권 재편이 가속화될 경우,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는 배경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는 플랫폼 본업의 성장성과 수익 구조가 핵심이겠지만, 부동산과 상권 확장 이미지 역시 투자자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공간 전략이 단순 외형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