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방 건설판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사 폐업이 줄을 이으면서 신규 등록도 앞지른 지 오래다. 미분양은 지방에 쌓였고 일감은 말랐다. 건설투자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역건설 생태계가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나온다.
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675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며 자금줄이 막힌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방 미분양 적체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6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6576가구다. 이 가운데 4만8695가구가 지방에 몰렸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방은 2만5612가구로 수도권 3943가구 대비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미분양 주택이 장기간 쌓이면 건설사의 현금흐름을 압박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 상승도 부담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2.7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23% 올랐다. 전선·케이블 가격이 6.58% 급등했고 선재·궤조 등 주요 자재도 동반 상승했다. 지방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기반 중소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방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액과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역내 공사 수주 비중 높은 지방 건설사

구조적 취약성도 확인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2026 지역건설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역건설기업의 역내 발주공사 의존도는 2024년 기준 평균 79.5%에 달했다. 특히 강원(89.0%)·전북(88.8%)·경북(87.7%)·경남(86.1%)·제주(85.6%)는 의존도가 다른 지역 대비 높았다. 지역 발주가 줄면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거시 지표도 녹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6년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건설투자가 지방 부동산 부진 영향으로 0.5% 내외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가 민간소비와 함께 성장의 양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방 압력은 작지 않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보통 수주가 되면 착공이 시차를 두고 조금이라도 됐지만 지금 이 부분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인구 감소 영향이 보다 커지면서 이 부분이 건설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 변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4009가구다. 이 가운데 71.5%가 도 지역에 집중됐다. 전남이 가장 많았고 전북·경남·경북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은 전체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0.5% 미만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 전망대로 2041년 이후 가구 수가 감소 국면에 들어서면 미분양·빈집 문제는 구조화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수도권·비수도권 간 내국인 인구 차이는 100만명을 웃돈다.
◆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유동성·세제 지원 필요"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1극 체제를 벗어나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화를 꾀하고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17개 광역지자체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를 근거로 지역 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책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은 산업 기반이 다변화돼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며 "지역건설사가 흔들리면 고용과 자영업, 금융까지 연쇄 파장이 번진다"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유동성 지원·공공 물량 확대·세제·금융 완화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자금 적기 공급과 PF 리스크 완화 없이는 연쇄 부실을 막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과거의 점진적 대응에서 벗어나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유동성·물량·제도'의 3대 핵심 축을 동시 가동해 건설경기 급락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방위 활성화 정책 추진해야 한다"며 "부동산 PF 부실·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금경색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책자금의 적기 공급과 금융비용 경감 대책을 강화하고 지역 특화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을 결합한 다각적인 경영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