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6개월 점도표 16개가 동결…환율·부동산 아직 안심 일러"[일문일답]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2.26 15:16 / 수정: 2026.02.26 15:16
올해 성장률 2.0%로 상향, 내년 1.8%로 하향
GDP 갭 플러스 전환은 2027년 중·하반기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 도입한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과 환율, 부동산, 성장 경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처음 공개된 이른바 'K 점도표'에서는 6개월 후 기준금리를 현 수준(2.50%)으로 보는 점이 21개 중 16개로 가장 많았고, 2.25% 인하 의견은 4개, 2.75% 인상 의견은 1개였다. 이 총재는 "환율과 부동산 관련 우려가 일부 완화됐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월 금리를 3.00%로 동결한 뒤 2월과 5월에 각각 0.25%포인트 인하하고, 7월과 8월, 10월, 11월에는 2.50%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1월 금통위에 이어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은은 6회 연속 금리 동결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3개월 내 금리 인상과 관련한 위원 의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7명 전원 일치였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상향 배경과 관련해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 경제의 양호한 성장 흐름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1.8%로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올해 성장률에 0.7%포인트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내년에는 기여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 관세 정책 영향과 관련해선 성장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의 임시 관세 부과에도 우리나라는 기존과 동일한 관세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미국 정부의 품목별 관세 대응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새로 공개한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 어떻게 봐야 하나. 성장률 전망 조정의 의미는.

이번에 공개한 것은 6개월 후 기준금리에 대한 조건부 전망이다. 2.50% 동결이 16개, 2.25% 인하가 4개, 2.75% 인상이 1개였다. 인하 의견은 IT와 비IT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 속에서 성장 지원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고, 인상 의견은 물가와 환율·유가 등 대외 변동성을 더 무겁게 본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은 2.0%로 올렸지만 내년은 1.8%로 낮췄다. 성장세가 이어져도 GDP 갭은 올해 소폭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플러스 전환은 2027년 중·하반기쯤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듯하다. 지금 시장금리 수준은 어떻게 보나.

현재로선 당분간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2%까지 올라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60bp 넘게 벌어졌다. 동결기보다는 인상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추경 및 국채 발행 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필요하면 시장안정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지만, 우선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1월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 있나.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은 있다. 다만 환율과 부동산 모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장기적 안정을 위해선 수요 관리만이 아니라 공급 확대, 세제 개선 등 일관된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가계대출이 부동산을 통해 과도하게 늘어나는 흐름은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어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환율은 142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 어떻게 판단하나.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도 환율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주식 매도세가 향후 환율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은.

1480원대에서는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며 과도한 면이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친 수준이라고 봤다. 최근 환율 하락에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조정과 환헤지 확대 방침,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증가가 영향을 줬다. 다만 해외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환율이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일부 헤지와 이익실현이 함께 작동했기 때문이다.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준비는 어디까지 왔나.

7월을 목표로 24시간 외환시장 개방을 준비 중이다. 결제시간 연장과 자동화 거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6개월 점도표를 이번 달부터 본격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는 3년간 연구와 시범 운영을 거쳐 정착시켰다. 이제 시장과의 소통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보고 6개월 점도표 공개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우리 경제는 대외 충격에 민감한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연준처럼 1년 이상 장기 점도표까지 제시하진 않았다. 점을 세 개까지 찍게 한 것도 익명성을 높이고 확률 분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양극화 심화, 최근 주가 강세는 어떻게 보나.

IT 중심 성장으로 산업 간 격차가 커지고, 주가 상승의 혜택이 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되며, AI 발전이 노동시장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구조개혁과 재정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최근 주가 상승은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주요 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한 결과지만, 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논의와 포워드가이던스의 지속 가능성은.

외화채 발행은 자연 헤지 효과가 있지만 국가채무 증가라는 부담도 있다. 장단점을 함께 봐야 할 사안이다. 포워드가이던스가 계속 자리 잡을지는 결국 시장 평가에 달려 있다. 조건부 전망의 취지를 시장이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인다면 제도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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