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수억원 낮춘 거래가 잇따른다. 매물은 한 달 새 1만건 넘게 늘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 상승세는 멈춰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1주택자를 압박하자 '강남은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강남불패' 신화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공식회의에서 부동산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우리 국민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비정상임을 알고 있고 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지한다"며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루 뒤 청와대 본관에서 민주당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선 "부동산에 부가 집중돼 사회 양극화와 서민 고통을 부추기는 고질적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 세금·대출 동시 압박…서울 매물 25.1% 급증

지표는 즉각 반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33건으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한 이후와 비교해 25.1%(1만4114건) 늘어난 수치다. 특히 매물 증가세는 강남3구·마용성에서 두드러졌다. 성동구 매물은 58.7%·송파구는 46.5% 늘었다. 강남·서초구 역시 20% 안팎 확대됐다.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2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15%) 대비 0.11% 상승했다. 다만 이 흐름은 4주째 둔화하고 있다. 2월 첫째 주 0.27%에서 둘째 주 0.22%로 상승폭이 줄었고 셋째 주 0.15%까지 축소됐다. 특히 강남구는 전주 0.01%에서 -0.06%, 서초구는 0.05%에서 -0.02%, 송파구는 0.06%에서 -0.03%로 하락 전환했다. 용산구도 0.07%에서 -0.01%로 떨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하락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급매가 포착된다.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면적 59㎡는 직전 거래보다 3억5000만원 낮은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84㎡도 지난해 말 최고가 대비 5억원~6억원 낮은 50억원대 초반에 손바뀜했다. 압구정 현대 전용 183㎡는 120억원 후반까지 찍었던 호가가 100억원~110억원대로 내려왔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비거주 고가 1주택자도 매도 대열에 합류했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효과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차주당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2억1286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21만원 감소했다.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30대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30대 차주가 받은 평균 주담대는 2억8792만원에서 2억5553만원으로 3259만원 감소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주택 수요가 집중된 서울·수도권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 지역 평균 주담대는 2억7922만원에서 2억4208만원으로 3714만원 줄었다.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도 한 달 새 16포인트 급락했다. 세금과 대출을 동시에 조이는 정책 조합 속에 시장 유동성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똘똘한 한 채 집중된 과도한 혜택 바로잡아야"

시민단체에서는 다주택자 과세에 그치지 말고 비거주 고가 1주택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된 세제 특례까지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산 쏠림과 시장 왜곡을 해소하려면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1주택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된 과도한 혜택까지 바로잡지 않는다면 자산 쏠림과 시장 왜곡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을 투기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기반으로 되돌리고 조세 형평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에 따른 부동산 세제 정상화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절세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 관망세 속에 거래 절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남은 학군·업무·교통 인프라가 결집된 상징 자산이라는 점에서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가 실제 주택 시장 수급에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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