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코스피가 6000선 신기원을 연 지 하루 만에 6200선까지 넘으며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7000선 달성까지도 점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계속되는 데다 상법개정안 통과 등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와 순환매장이 나타나며 지수를 견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 반도체 호황·순환매·자본시장 구조개편, 증시상승 요인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12시 49분 기준 6215.81을 가리키고 있다. 전날 역대 최초로 6000선을 넘은 지 하루 만에 장중 6200까지 오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가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 뉴욕증시는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AI)의 생산성 개선 효과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대되면서 기술주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된 엔비디아의 실적도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전반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신고가 21만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도 100만원을 넘었다.
'6000피'(코스피 지수 6000)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반도체 산업은 당분간 호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각각 34만원과 1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리포트를 통해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부상했으며, 이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유례 없는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김 맥쿼리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이 학습(Training) 중심 국면을 지나 AI 추론(Inference)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구조적인 공급 병목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경쟁사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돼있고 저평가가 해소되는 차원에서는 아직 상승할 여력은 추가로 있다"며 "미국에서 AI투자 사이클이 계속되는 한 상승 동력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서 코스피가 7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노무라금융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 8000을 제시했다. 하나증권(7900), JP모건(7500), NH투자증권(7300), 키움증권(7300), 한국투자증권(7250) 등도 코스피 목표치를 올렸다.
대표적 반도체 주도 시장인 한국 증시에서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증시가 상승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주 주가는 한달 동안 100% 넘게 뛰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로봇과 자율주행 등 신기술 기대감과 미국 생산 확대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추론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24일 AI데이터센터 산업을 국가전략 인프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 법안소위로 상정된 점도 자동차와 로봇주, 전력기기 종목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석유화학업종은 구조개편 수혜 기대감 반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도 증시를 달굴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의 주식 가치가 늘고 주당 이익과 배당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 통과와 추가 거버넌스 개선 흐름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강화되며 코스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리레이팅(재평가) 요인으로 작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특정 수급 주체 쏠림 현상·대외 변동성은 '변수'
반도체 의존도가 큰 만큼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관련 투자가 실제 수요보다 커 언젠간 투자가 꺾일 것이라는 'AI 거품론'은 부담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20만전자, 100만닉스에 도달한 국내 반도체주에게 '중립' 이상의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 실적을 놓고 시장 참여자들 간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교통정리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개인 중심으로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점 또한 변수다. 설 연휴 이후 4거래일 동안 코스피 8%대 급등을 이끈 주요 수급 주체는 증권사 등이 직접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금융투자'였다. 이들은 4거래일 동안 6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전체 투자 주체 중 순매수액이 가장 컸다.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호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개인의 ETF 순매수액이 늘면 금융투자 순매수액도 따라 증가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특정 수급 주체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인 고민거리"라며 "특정 주체의 수급 쏠림 현상이 심화될수록, 증시 전반에 걸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 과거의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대외적 불확실성도 우려를 키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관련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관련 이슈는 시장 내 장기적인 불확실성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 또한 상존하는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