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 비중도 63.1%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증식의 핵심 통로로 굳어지며 격차를 키우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한국 사회가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을 보장받는 '도넛 경제'의 기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팜 코리아가 최근 공개한 '2026 도넛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다주택자 중 상위 20%의 자산 가치는 빠르게 늘었다. 고가 주택의 절대 상승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전체 자산 격차도 함께 벌어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산 불평등 구조를 사실상 부동산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령대별 격차도 뚜렷하다. 2012~2024년 20·30대의 순자산 증가는 40%에 못 미쳤다. 같은 기간 40대는 60% 이상, 60대 이상은 80% 이상 늘었다. 증가 속도 역시 고연령층이 더 빨랐다. 반면 청년층 금융 부채는 매년 급증했다. 자산 증가 속도와 부채 증가 속도 사이의 간극이 확대됐다. 부동산은 단순한 거주 수단을 넘어 자산 증식의 통로로 기능했다. 상승기에는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이익을 얻고 진입에 실패한 계층은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SNS에서 "부동산이 나라의 부를 편중시키며 무주택 서민과 청년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며 "주택 문제가 결혼과 출산 포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 서울 아파트 5분위 평균 34억원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런 흐름을 수치로 보여준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5분위 평균 가격은 34억6593만원이다. 지난해 5월 30억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8개월 만에 4억원 이상 올랐다. 반면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84만원에 머물렀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는 29억원을 넘어섰다.
소득의 증가 속도는 자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임금근로 일자리 월 중위소득은 278만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3336만원이다. 전액을 저축한다는 가정 아래 서울 5분위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약 100년이 걸린다. 소득과 자산의 간격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나라 모든 문제 원천은 부동산"이라며 "세제·규제·금융 등 부동산을 투기·투자용으로 보유하는 것이 '하나 마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으면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교육·기후…전방위로 번진 격차

부동산을 축으로 한 자산 격차는 주택 시장을 넘어 교육·기후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경 상위 10% 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은 하위 40%의 두 배 이상이다. 부모의 자산 규모가 자녀의 교육 기회와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강화됐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도 차이는 드러났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100만원 미만 가구보다 열에너지를 네 배 더 소비했다. 그러나 폭염 피해는 저소득·단순 노무 종사자에게 집중됐다. 온열질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단순 노무 종사자였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열 명 중 여섯 명은 폭염으로 추가 생활비 부담을 겪었다.
재정 구조 역시 불평등 완화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국민부담률은 28.9%로 OECD 평균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15.3%로 OECD 평균의 72% 수준이다. 하위 20%의 공적 이전소득 비중은 2009년 45.2%에서 2023년 35.8%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한국 사회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을 위한 정책이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청년기 고용·주거·부채 불안은 이후 생애 전반의 격차로 이어진다"며 "청년층에 대한 주거·복지·교육·노동 정책은 부담이 아니라 세습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이동성을 회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청년 대상 정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