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자사주 정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소각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한편, 임직원 보상이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처분도 병행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부터 본회의를 열고 자사주를 취득한 뒤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처리 중이다. 자사주 보유 기간 중 의결권과 신주인수권은 배제되고, 처분 시에도 모든 주주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처분 움직임이 활발하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구조 특성상 연구개발(R&D) 비중이 높고 임상과 허가 결과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 이때 주가 방어에 자사주를 이용해왔다"며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오너 경영 체제라는 점도 제약바이오 업계가 자사주를 활용해오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현금확보부터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전략을 새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2일 보유 중인 자사주 1234만주 가운데 611만주를 소각하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약 1조4633억원 규모다. 이미 지난해 취득분 전량 소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추가 소각에 나선 것으로,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도 병행한다. 다만 300만주는 스톡옵션 등 임직원 보상 목적, 나머지 일부는 향후 신기술 도입과 설비 투자 등 성장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한양행도 지난달 362억원(32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253억원(24만주)에 이어 연속 소각이다. 2027년까지 평균 주주환원율 30% 이상을 목표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동아에스티는 보유 자사주의 50%인 8만4058주(약 51억원)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감액배당도 추진해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덴티움은 392억원(81만주), 휴젤은 537억원(30만주), 파마리서치는 627억원(12만주) 등 다수 기업이 자사주 소각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소각 대신 '처분'을 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임직원 생산성 장려금 지급을 위해 약 4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노믹트리, 한미사이언스 등도 우리사주조합 출연이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부여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다. 하나제약은 신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1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대웅제약 지주사 대웅은 지난해 12월 광동제약과 138억원 규모의 주식을 상호교환한 데 이어, 자사주 56만주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처분해 유투바이오 지분을 확보했다. 광동제약 역시 휴메딕스, 동원시스템즈 등과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공시 중 4분의 1 이상이 12월에 집중됐다. 지난해 1~11월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월평균 43.9건이었으나 12월에는 164건이 공시됐다.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보유 물량을 서둘러 정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