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고물가와 내수 침체, 원가 부담의 삼중고 속에서 강도 높은 '생존형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생산 기지를 줄이거나 자회사를 다시 불러들이는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 '영억이익 30% 급감' 롯데웰푸드, 2년 연속 감원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전날 근속 10년 이상이면서 만 45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지 약 1년 만에 다시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회사 측은 대상자에게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24개월 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조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익성 악화를으로 꼽는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216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카카오 등 원재료 가격 급등과 제반 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3% 급감한 1095억원에 그쳤다.
롯데웰푸드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최근 2년 만에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빙그레 역시 지난 1월 해태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CJ제일제당 역시 윤석환 대표가 직접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고강도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등 업계 전반에 긴축 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 생산기지 폐쇄·자회사 합병…고정비 줄이기 가속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생산 거점을 통폐합하거나 자회사를 다시 불러들여 고정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광주공장과 오포공장의 가동을 올해 안에 중단하고 인근 공장으로 물량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분사했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4년 반 만에 다시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중복 비용을 없애고 본사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이들 기업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내부에선 사실상 식품업은 더는 성장하기 어려운 사양 산업이라는 자조적 평가가 나온다.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주 소비층이 급감하며 과자나 우유, 당 음료 소비가 줄어든 데다, 음주 문화 변화 등 식소비 트렌드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고정비 절감만으로는 성장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 제조업 유일한 부진…"탈출구 보이지 않아"
식품업계의 이러한 위기감은 경제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 산업의 종합 전망치는 102.7을 기록하며 4년 만에 기준선(100)을 돌파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신학기 기대감으로 산업계 전반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식음료 및 담배 업종의 3월 전망치는 94.7에 그치며, 제조업 10개 업종 중 유일하게 기준선을 밑도는 ‘나홀로 한파’를 기록했다. 2월 실적치(84.2) 또한 저조했으며 내수, 채산성, 자금 사정 등 세부 지표 모두 부정적이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는 오르는데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으로 가격 인상은 막혀 있고,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결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조직을 슬림화하고 고정비를 극한으로 줄이는 구조조정밖에 남지 않은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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