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별세했다. 누나의 별세 소식을 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을 급히 취소,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신 의장은 지난 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신 의장은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성장시키고, 롯데쇼핑 사장을 역임하는 등 아버지 신 명예회장과 함께 성공 가도를 달린 유통 업계의 '대모'로 불린 인물이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 의장의 빈소에는 이틀 동안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22일 늦은 오후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과 함께 도착했다. 신 회장은 빈소에 머무르며 상주인 조카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을 위로했다. 신 회장은 해외 출장 도중 별세 소식을 듣고 일정을 급히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빈소 안팎은 롯데그룹 전현직 경영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정작 이복동생 중 맏이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장례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으나, 이달 중순까지 국내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빈소를 찾지 않은 것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장례식장에 근조화환만 보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동생 신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당시 정통성과 신 명예회장을 향한 효심을 강조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신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이후,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의 선영도 수년째 찾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이 연초와 명절 등 특정 시기에 맞춰 자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선영을 찾아 참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 명예회장 선영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2022년 11월 이후 사실상 선영 방문을 중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앞으로도 가족 모임과 롯데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경영 복귀를 위해 신 회장을 포함해 가족들을 겨냥한 세월이 길다. 신 전 부회장의 발목 잡기는 2014년 12월~2015년 1월 일본 롯데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된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불법 수집 영상 활용을 근간으로 하는 '풀리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등 경영 능력과 준법 의식 면에서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당시 고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프로젝트L'이라는 자문 계약을 체결해 롯데그룹을 공격하기도 했다. '프로젝트L'은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외부인과 손잡고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와 수많은 임직원의 생계를 위협했다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의 재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치명적 실수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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