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국계 글로벌 로펌 '애셔스트(Ashurst)'와 미국 기술 전문 로펌 '퍼킨스 코이(Perkins Coie)'가 공식 통합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양 사는 지난해 11월 합병에 준하는 결합에 합의한 바 있으며, 올초 글로벌 파트너 승인 절차를 거쳐 이날 공식 통합을 알렸다. 통합 법인 '애셔스트 퍼킨스 코이(Ashurst Perkins Coie)'는 올해 7월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번 결합은 단순한 네트워크 제휴를 넘어 자본과 운영 체계를 공유하는 사실상의 합병으로 설계되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통합 법인은 연매출 한화 약 4.2조원, 전 세계 52개 사무소와 30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글로벌 톱10 수준의 거대 법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서비스 모델의 근본적 전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AI와 기술,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단일 분야 자문을 넘어 통합 법률 인프라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영미 대형 로펌 합병…각각의 강점,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번 결합의 전략적 핵심은 두 로펌의 상호 보완적 강점에 있다. 런던에 본거지를 둔 애셔스트는 유럽, 중동, 아시아 전역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며 인프라, 에너지, 금융 분야에서 두터운 고객 기반을 유지해왔다. 도쿄·서울·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거점과 아부다비·두바이 등 중동, 시드니 오피스 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퍼킨스 코이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성장한 대표적 기술 전문 로펌으로, 시애틀과 뉴욕을 중심으로 기술, 지식재산(IP), 규제 대응·정부관계(GR)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쌓아왔다.
두 로펌의 결합으로 지역 커버리지는 물로 기술과 금융, 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원스톱 자문 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애셔스트 측은 공식 발표에서 "글로벌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고객의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번 결합의 본질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서비스 모델의 근본적 전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다.

◆ 코리아 JV, 단순 사무소 넘어 전략 허브로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포지셔닝이 주목된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AI 등 글로벌 산업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법률 리스크 역시 국경을 넘나드는 복합 리스크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년 전 설립된 '애셔스트 퍼킨스 코이 코리아 JV'는 글로벌 본사와 직접 연결된 전략 거점으로서 역할을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단순 파견 사무소의 업무 범위를 넘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서비스의 직접 수행은 물론, 미국과 유럽 본사와의 실시간 협업을 통해 IP 소송 및 국제 분쟁 대응을 하나의 창구에서 해결하는 구조로 재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 AI 시대, 법률 서비스도 혁신
양 사는 이번 결합의 핵심 방향 중 하나로 AI 기반 법률 서비스 혁신을 제시했다.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넘어 클라이언트의 복잡한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미래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애셔스트 퍼킨스 코이'의 탄생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환경 급변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고도화된 법률 수요에 응답하는 전략적 재편이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과 법률 전략의 교차점으로 재정의되는 지금, 이번 통합 법인의 행보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략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ccb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