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에서 미국 기업인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7시간여 동안 조사했다.
로저스 대표는 23일(현지 시간) 오전 진행된 미국 하원 법사위의 쿠팡 사태 관련 비공개 증언청취(deposition)에 참석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42분 미국 워싱턴DC 연방하원 건물인 레이번 빌딩 법사위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는 증언청취에 앞서 '어떤 입장을 낼 것인지', '한국 소비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 취재진 질의에는 입을 닫았다.
당초 오후 2시까지 조사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증언청취 절차는 오후 5시께 종료됐다. 로저스 대표는 오후 5시 2분 회의실을 빠져나왔고, '위원회의 핵심 우려 사항이 무엇이었느냐' 등 이어진 질의에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쿠팡 사태로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불공정 대우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의회가 나선 상황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의 파장도 주목된다.
다만 조사는 대중에 공개되는 청문회(hearing) 형식은 아니었다. 연방 하원의원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법사위 소속 변호사와 의원실 보좌관 중심으로 조사를 마쳤다.
이들은 쿠팡이 제출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로저스 대표에게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위증 혐의로 고발돼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미국 법사위는 이번 조사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필요할 시 정식 청문회를 개최하거나 관련 입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대변인은 로저스 대표 증언청취 관련 세부 내용에 말을 아꼈지만,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번 조사가 무역법 301조 조사로 연결될 수 있냐는 질의에는 "행정부에 물어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 조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에 한미통상 갈등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등에 위법 판결하자, 기존 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122조를 발동했다. 또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불공정 무역관행도 예고했다. 301조는 미국 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시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이 쿠팡을 불공정 대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하원 법사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쿠팡 사태가 자칫 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를 발동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쿠팡 투자사들은 한국의 전방위적 조사로 큰 손실을 봤다면서 한국 정부의 불공정 대우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달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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