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제동에도…의약품 품목관세 불씨 여전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6.02.23 12:40 / 수정: 2026.02.23 12:40
미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232조 적용 가능성 남아
국내 업계, 美 현지 생산 확대 등 대응전략 고심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의약품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 /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의약품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 /AP.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긴장 속에 대응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의약품에 적용될 수 있는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제동이 걸리자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은 232조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별도의 품목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간 한국산 의약품은 사실상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돼 왔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의약품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담기기도 했지만, 이후 25%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계 불안은 커졌다. 최근에는 10~15% 수준의 '글로벌 관세' 카드까지 등장하며 정책 예측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가 무효화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의약품은 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 대상이 될 수 있어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와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사와 중소·중견사의 체감도는 엇갈린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거나 인수를 마무리하며 '관세 방어막'을 마련해 왔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고, 향후 협상에서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생산거점이 없는 다수 중소·중견 제약사는 관세 부과 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당장 수출 물량이 크지 않더라도, 신약 개발 이후 미국 진출을 전제로 한 사업 계획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R&D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오히려 품목관세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상호관세로 확보하려던 세수를 대체하기 위해 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거나 적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동시에 비관세 장벽이나 통관 수수료 인상 등 우회적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발표를 예의주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출 전략과 R&D 투자 구조 전반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불확실성 관리'가 현재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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