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근거' 美 상호관세 위법 판결…커지는 불확실성, 불안한 산업계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6.02.21 01:32 / 수정: 2026.02.21 02:07
트럼프 '품목관세' 등 플랜B 가동 전망
불확실성 장기화 시 기업 경영 전략 '흔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을 무효로 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을 무효로 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미국 정부는 우회 경로로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싸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IEEPA를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초과한 것이라고 다수 의견(6대 3)이 판단했다. IEEPA는 비상사태 시 외국 위협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다수의견은 "관세 정책에 대통령 권한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을 의미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관세 권한을 정당화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으로 보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같은 달 5일부터 거의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9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자 일부 수입업체 등은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무역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은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9월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결과적으로 연방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또한 커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 경로를 통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이 우회 경로로 언급된다. 232조는 특정 품목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수입 물량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상대국에 일정 기간 통지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관세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관세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미국 관세 정책을 무효화하면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현대글로비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미국 관세 정책을 무효화하면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현대글로비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2조 등을 근거로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형식적인 조사를 거쳐 부과하면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법 판결은 상호관세가 취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좋다고만 볼 수 없다"라며 "301조와 232조가 있는데 특히 품목관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상호관세에 대한 판단이지 품목관세는 대법원까지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정책 상당 부분이 무효가 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 카드를 구체화하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우회 카드를 꺼내는 기간이 길어지면 한국 정부로서도 지난해 합의한 협상 내용 이행 등에 여러 고민이 생길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는 통상 불확실성에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대미 투자 청사진을 그히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 등을 고민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대미 투자 전략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에너지·소재 등 미국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속도에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 연구본부장은 "우회 통로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 같다"라며 "기업들이 플랜B와 플랜C를 만들어 놓았을 수 있으나 좀 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에 어쩔 수 없이 투자하는 기업은 투자 자체가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서두르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며 "정부가 기업 불확실성을 고려하며 조율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등 한국 국회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관세 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로 얽힌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짓는 등 한국 압박이 큰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 전 여러 상황을 나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전체 위헌, 부분 위헌, 합헌 상황을 나눠 준비하는 내부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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