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잠재적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 전략을 단행한 이후 실적 회복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단기 실적은 악화됐으나 도시정비사업 시장의 확대와 원전 사업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해외 현장 원가 상승과 지방 미분양 관련 비용을 집중 반영하면서 연간 매출 8조546억원, 영업손실 8154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9161억원에 달했다.
이번 적자 사태는 지방 미분양 단지의 할인 판매와 해외 현장의 원가 증가 등이 실적에 일시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대우건설 측은 "국내 시화MTV 푸르지오 디오션, 대구 달서푸르지오 시그니처, 고양 항동 지식산업센터 등 미분양 단지의 할인 판매 비용과 해외 싱가포르 도시철도 현장의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대규모 손실 반영을 통해 잠재적인 재무 리스크를 완전히 정리하고, 향후 수익성 중심의 사업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공격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설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체코 원전, 가덕도 신공항, 파푸아뉴기니 LNG CPF, 이라크 해군기지 등 기대를 모으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많다"며 "원자력, 항만, LNG 등 핵심 공종의 수주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올해를 대도약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을 확대해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1년 앞서 유사한 과정을 거친 현대건설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반영하며 2024년 연간 1조2209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65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단숨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대형 주택 현장의 준공과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손실 선반영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사업 기반이 한층 견고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20% 이상 급등하며 나흘 연속 상승해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건설 역시 빅배스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현재는 당시 저점 대비 3배 이상 상승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외 원전 수주 모멘텀과 도시정비사업 시장 규모 확대 등 건설업황 개선을 기대케 하는 요소들도 업계의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과 미국의 원전 확대 정책이 주요 호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며 "손실 요인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이후 원전과 해외 인프라 등 신규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실적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