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4년 전 승부수로 내건 '비욘드 코리아' 전략이 길을 잃었다. 2025년 해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던 목표는 해를 넘겨서도 요원한 상태다. 내수 시장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썼지만, 미래 먹거리인 해외 시장 공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수년째 내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 2022년 3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라며 미래 10년을 위한 글로벌 사업 계획을 천명했다.
김 센터장이 직접 짠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여전히 내수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주요 성과는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와 커머스 등 국내 기반 사업이 견인했다. 미래 먹거리인 글로벌 시장의 개척은 더디다는 평가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4년째 20% 초반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비욘드 코리아' 선포 첫해인 2022년 20.6%를 기록하며 전년 10%대에서 단숨에 올라섰지만, 지난해 3분기에도 21.1%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 집중 구조는 이용자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대표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추이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MAU는 4950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인 반면 해외 MAU는 500만1000명에 불과했다. 2023년 4분기 511만5000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에 카카오는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해외 거점을 재정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4년 IP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IX의 중국·홍콩 법인을 정리했다. 잇따라 유럽과 인도에서 웹툰 사업을 하던 픽코마 유럽 법인, 크로스코믹스 인디아 법인도 청산했다. 2023년 말 80개에 달했던 카카오의 해외 계열사는 지난해 9월 기준 65개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4년간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한 배경으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를 꼽는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그룹의 글로벌 투자와 의사결정이 늦춰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김범수 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다시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센터장 역시 당시 "카카오에 드리워진 그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검찰의 항소로 2심이 남아 있어 당분간 재판 경과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올해 정신아 대표가 신년 화두로 제시한 '글로벌 팬덤 OS'와 '인공지능(AI)'을 양대 축으로 글로벌 시장을 다시 두드릴 계획이다. 그룹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플랫폼을 결합해 팬덤을 구축하고 여기에 웹3(Web3) 기술을 접목해 결제 시스템인 '넥스트 파이낸스'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AI 분야에서는 '사람 중심' 가치를 기반으로 이용자 편의성에 집중한 '카나나 서치'와 금융·모빌리티 등 전문 영역에 특화된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앞세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승부수로 띄운 AI 전략이 해외 진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에이전트 AI 출시 이후 단계적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에는 이용자에게 낯설 수 있어 접근 방식이 중요하지만 편의성을 입증할 경우 잠재력은 크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으로 콘텐츠 사업 등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해야 하는 과제들을 결합해 해외 사업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지속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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