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국내 커피 전문점 수가 10만개를 넘어서며 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질주가 시장 외형을 키웠지만 출혈 경쟁과 수익성 악화라는 그림자도 짙어졌다. 가성비만으로는 더 이상 승부가 어려운 레드오션이 된 가운데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생존 카드를 꺼내들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벤티는 국내 대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시 '빈홈즈 그랜드 파크'에 2호점을 열며 동남아 공략을 본격화했다. 4만40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형 주거단지 상권을 겨냥해 직장인과 젊은 가족층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다.
더벤티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호찌민 1호점 운영을 통해 현지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1호점 운영 과정에서 확인한 현지 소비자 기호와 피드백을 반영했으며 메뉴별 레시피를 현지인 입맛에 최적화했다.
중동 진출도 병행한다. 지난 3일 요르단 암만 세븐스 서클 인근에 1호점을 열고 중동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지화 메뉴 11종 중 7종을 우선 선보이고 해외 매장 중 처음으로 960㎖ 점보 사이즈를 도입했다. '가성비 대용량'이라는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더벤티 관계자는 "요르단 1호점 매장을 발판 삼아 중동 시장에서 더벤티의 입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각 지역의 문화와 소비 특성을 반영하는 전략적 로컬라이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벤티만의 확장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매장 수 확대 대신 '객단가'와 '체류 시간'에 방점을 찍은 곳도 있다. 컴포즈커피는 최근 학교 앞 분식과 간편식에서 착안한 '스트리트 컴포즈' 신메뉴 5종을 출시하며 간편식 라인업을 강화했다. 분모자 떡볶이, 대파크림·치폴레 햄샌드위치 등 분식과 식사 대용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다.
마케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쫄깃 분모자 떡볶이' 출시를 기념해 배달의민족과 함께 메뉴 할인 및 한 그릇 배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커피 전문점이 음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카페형 분식점'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음료 한 잔에 머물던 소비를 세트 구매로 확장해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컴포즈커피 관계자는 "누구나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맛과 간편함에 집중했다"며 "커피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사, 간식 선택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MGC커피는 '팬덤'을 붙잡았다. 운영사 엠지씨글로벌은 최근 CJ ENM과 공연·문화 활동을 통한 사회공헌 업무협약(MOU) 체결했다. 양사는 공연, 문화 활동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격차 해소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5월에는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엠카운트다운X메가콘서트(가제)' 개최도 예고했다.
메가MGC커피는 그동안 아이돌과 다양한 캠페인과 문화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고객 경험으로 확장해왔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와 진행한 'SMGC 캠페인'도 팬덤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SBS MEGA 콘서트'와 'NCT WISH 팬 사인회' 등 참여형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시즌 음료와 굿즈 출시, 오프라인 팬 이벤트를 연계해 매장을 '문화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매장 음원 이용료를 본사가 전액 부담하며 가맹점 비용을 낮춘 점은 상생 경영 차원에서 의미를 더했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그동안 팬덤과 가맹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이어왔다"며 "앞으로도 상생 경영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고객, 가맹점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시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두·우유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겹치며 저가 브랜드의 마진은 점차 얇아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결국 승부처는 '브랜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외 진출로 외연을 넓히거나 스낵으로 소비 접점을 확대하고 팬덤과 공연으로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커피 시장은 이미 양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제 누가 더 싸냐의 가격표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머물게 하느냐의 경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