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례 없어야" LG家 구연경·윤관 '주식 부정 거래' 2심에 쏠리는 눈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2.15 00:00 / 수정: 2026.02.15 00:00
검찰, 1심 무죄에 항소 결정…"불공정 거래로부터 서민 지켜야"
"무법지대인 부부간 정보 전달, 유무죄 더 따져보는 게 유의미"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혐의를 받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혐의를 받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주식 부정 거래' 사건이 법정 2라운드에 돌입한다. 간접 증거만으로도 명백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음에도 혐의 입증에 실패했던 검찰 입장에서는 설욕전에 나서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항소가 직접 증거 포착이 어려운 '부부간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 유무죄를 재차 따져 사법적 판단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13일 구 대표와 윤 대표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에 관한 자본시장법 위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융, 증권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부터 국민들과 서민 투자자들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4월 윤 대표로부터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약 1억원)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윤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구 대표에게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검찰은 1심에서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두 사람이 '부부 관계'라는 점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했다는 직접 증거를 포착할 수 없었지만, 정황만으로도 증명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부부의 경우 간접 증거만으로도 범죄 사실의 관련성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간접 사실은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를 통해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도 받았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면 '무리한 기소'를 인정하는 셈이었다. 검찰은 자체 수사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판단 등을 거친 뒤 지난해 1월 부부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구 대표가 남편 회사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그 정보가 공개되기 일주일 전 해당 종목을 대량 매집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검찰이 제시한 간접 사실은 △구연경 대표와 BRV의 투자 유사성 △부부간 투자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했던 사례 △메지온 주식 매수 당시 나타난 구 대표의 이례적인 행동 등이다.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구체적으로 구 대표는 2023년 3월 이후 메지온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등의 주식을 취득했는데, 해당 종목 모두 윤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고 있는 BRV캐피탈과 다올이앤씨가 투자한 회사들과 동일했다. 또 부부의 텔레그램에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두 사람이 의견을 공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이전까지 주식 투자 경험이 없었던 구 대표가 증권사 직원을 통해 메지온 주식을 사들일 당시, 예수금 전부를 사용하라고 언급하거나, 고가 매수도 허용하는 등 남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구 대표와 BRV의 투자 내역이 일치하는 것으로 투자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텔레그램도 조언을 구하는 내용일 뿐"이라며 "구 대표가 상한을 정해놓고 메지온 주식을 매수한 게 이례적이었다고도 볼 수 없다. 검찰이 제시한 간접 사실은 반대되는 사항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추후 검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판결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심 재판부는 쟁점 중 하나였던 미공개 중요 정보(BRV의 메지온 투자) 생성 시점에 대해 "2023년 4월 12일경 이미 정보가 생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12일은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매수한 날이다. 그간 검찰은 "주식 매수 전에 이미 미공개 중요 정보가 생성됐다"고 봤고, 부부 측은 "4월 12일 이후 BRV의 메지온 투자가 확정돼 그 이전에는 투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가 스스로 의아함을 남긴 대목도 있었다. 구 대표가 윤 대표와 함께 메지온 직접 투자에 참여했다면 주식 투자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죄 판단 근거로 제시한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더 큰 이익에 대한 실기(失機)가 더 작은 이익을 거두기 위한 범죄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부부간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 사법적 판단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한다는 의미로 계속해서 유무죄를 다퉈볼 필요성이 있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간 직접 증거를 남기지 않는 '부부간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가 사실상 무법지대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상하게 여길만한 정황만 남겨둔 채 사건이 빠르게 종결되면 부부간 정보 전달 범죄와 관련해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었다"며 "검찰이 2심에서 어떠한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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