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의 첫 상속분쟁…"기존 분할협의 유효" 한숨 돌린 LG그룹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2.13 00:00 / 수정: 2026.02.13 00:00
"분할협의 무효·기망행위 존재 등 세모녀 주장 인정 안 돼"
재계도 주목한 상속분쟁…구광모 회장 승소에 불확실성↓
세모녀 측 변호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성락 기자
세모녀 측 변호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서울서부지법=이성락 기자] LG그룹이 한숨을 돌렸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구광모 회장은 평소와 동일하게 경영 활동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전날(12일) 오전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 세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세모녀는 지난 2023년 2월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을 포함해 총 2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상속받았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 씨 0.51%)와 구본무 전 회장의 5000억원 규모 개인재산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과 김영식 여사의 친아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식 대부분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구본무 전 회장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회장, 즉 조카를 그룹의 장남이자 후계자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구본무 전 회장은 친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그동안 LG가(家)는 장자를 중심으로 한 원만한 경영권 승계를 철칙으로 삼았다.

세모녀가 상속 문제를 제기한 시점은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경영을 도맡은 지 4년 넘게 흐른 상황이었다. 당초 유산 배분에 합의했으나,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유를 들며 뒤늦게 법적 다툼을 일으켰다. 이들은 유언이 없었기에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세모녀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전에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무효라는 세모녀 측 주장에 대해 "유효하게 작성된 게 맞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22년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녀 정진희 씨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는 구광모 회장. /더팩트 DB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22년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녀 정진희 씨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는 구광모 회장. /더팩트 DB

재판부는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는 LG 재무관리팀 직원들로부터 상속재산의 내역 및 분할에 관해 여러 차례 보고받아 구광모 회장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진행했다"며 "최초 작성된 협의서에는 구광모 회장이 주식을 전부 상속받는 것으로 돼 있으나 김영식 여사 요청에 따라 주식 중 일부를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가 상속받는 것으로 협의서의 내용을 변경하기도 했다. 세모녀 측은 개별 상속재산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존재했다는 세모녀 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모녀 측은 '재무관리팀이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장이나 유지 메모가 있었다고 기망해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날인하게 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망인이 유지를 남겼고, 유지 메모 또한 존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기망행위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세모녀의 구체적인 의사표시에 따른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뤄졌으므로 기망행위와 상속재산분할협의 사이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 결과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재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의 지위, 지배구조의 정당성과 관련이 있었던 사건이다. 만약 재판부가 세모녀의 손을 들어줘 LG 주식이 재분할 대상으로 떠오른다면 LG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었다.

세모녀의 행보는 앞서 재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다른 재벌가와 달리 오랜 기간 논란과 분쟁이 없었던 LG그룹 내부에서 일어난 반기여서다. 이번 사건은 1947년 창업(락희화학공업사) 75년 만에 발생한 LG 오너가의 상속재산 분쟁이었다.

LG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경영 활동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먹거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구광모 회장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경영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모녀는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소송대리인을 통한 입장문에서 "우리의 입장과 증거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항소할 예정"이라며 "기망의 실체를 밝혀 고인의 진정한 유지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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