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연 K-푸드·유통가, '역대급 돈 보따리'에 개미들 웃음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6.02.12 11:02 / 수정: 2026.02.12 11:02
실적 대박에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 총공세
'주주 친화 정책'에 주가도 상승 흐름…"선택 아닌 필수"
오리온그룹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회사인 오리온과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총 배당 규모를 지난해보다 577억원 증가한 2046억원으로 의결했다. 오리온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오리온그룹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회사인 오리온과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총 배당 규모를 지난해보다 577억원 증가한 2046억원으로 의결했다. 오리온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된 가운데, 식품·유통업계가 역대급 주주 환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대박'을 터뜨린 식품 기업들은 곳간을 열어 이익 공유에 나섰고, 만년 저평가에 시달리던 유통 공룡들은 자사주 소각과 구조 개편이라는 강수를 두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 '잘 번 만큼 돌려준다'…K-푸드, 실적 기반 배당 확대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K-푸드 열풍의 주역인 식품업계다. 해외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이 주주 환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오리온그룹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규모를 대폭 키웠다. 오리온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500원에서 40% 늘린 3500원으로 결정했다.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역시 37% 늘어난 1100원을 배당하기로 했으며, 시가 배당률은 시중 금리를 상회하는 5%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사업 호조로 연결 기준 매출이 7.3% 성장하는 등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불닭볶음면' 신화를 쓰고 있는 삼양식품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삼양식품은 올해 결산 배당금 2600원을 포함해 연간 총 48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전년(3300원) 대비 45.4% 증가했으며 10년 전인 2016년(150원)과 비교하면 무려 300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연결 기준 배당 성향은 9~11%로 타 식품업체(약 20% 이상) 대비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삼양식품 측은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면서 배당금 규모를 지속 키워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보유한 총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보유한 총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

◆ '저평가 탈출 사활'…유통가, 자사주 태우고 배당 성향 높이고

성장 정체 우려로 주가가 눌려있던 유통업계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과 환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사주 제로(Zero, 0)'를 선언하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보유한 총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 간의 주식 교환을 통해 현대홈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 상장 폐지함으로써 모자 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중복 상장 이슈까지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마트 역시 주주와의 약속을 이행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마트는 주당 최소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상향 조정하고, 발행 주식 수의 2%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4이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주주 가치를 방어하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반도체 쉴 때 달리는 내수주…옥석 가리기 본격화

이러한 주주 환원 강화 움직임은 주가 흐름도 바꿔놓았다. 최근 반도체 등 수출 대형주가 주춤하는 사이, 밸류업 모멘텀을 탄 내수주들은 가파른 상승세다. 실제로 2월 들어 'KRX필수소비재 지수'는 약 8%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성장세에 걸맞은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자본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된다"며 "이익의 과실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주주 친화 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자산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유통·식품주를 중심으로 이 같은 환원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배당 확대 물결은 단순한 현금 뿌리기를 넘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주주 환원율을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으려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분석이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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