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수수료 체계를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일선 보험사를 중심으로 단기간 과잉영업 확대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보험 영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의 수수료 체계가 변경되는 만큼 지인의 보험 영업을 경계하라는 조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부터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 '1200%룰'을 적용하고 보험상품 비교·설명 의무를 강화한다. 설계사의 과도한 수수료 수취를 제한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GA가 복수의 원수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건전한 영업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보험업계는 이번 금융당국 조치를 두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GA를 중심으로 보험 영업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되면서 불건전한 영업 관행이 뿌리내린 측면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영업 방식을 재정비하고, 보험을 단순 판매가 아닌 금융상품으로 인식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가 원수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많은 만큼 제도 정비의 필요성은 더욱 컸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보험설계사 수는 총 65만1256명으로, 전년(60만3974명) 대비 4만7282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험회사 소속은 18만4468명, 보험대리점(GA) 소속은 28만8446명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수수료 개편안이 적용되는 7월 이전까지 막판 실적 경쟁이 과열되며 불건전 영업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명절 연휴를 맞아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보험 가입 권유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상품 구조와 보장 범위, 해지환급금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GA의 경우 신입 설계사의 지인 영업 방식이 고착화돼 있는 만큼 단기 실적을 앞세운 무리한 권유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명 '갈아타기' 또는 '리모델링'으로 불리는 승환계약에 관한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승환계약은 기존에 유지 중인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축소한 뒤 유사한 상품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보장 재설계라는 설명이 붙지만, 실제로는 신규 계약에 대한 수수료를 다시 받기 위한 영업 행태의 일종이다.
특히 보험 가입 후 2년이 막 지난 시점이라면 설계사가 제시하는 리모델링 제안을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통상 계약 체결 후 12개월 이내 해지 시 수수료 환수 기준이 엄격해 최소 1년간은 계약 유지를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2년 차 수수료까지 반영되면서 사실상 2년까지는 해지 방어가 집중되는 구조다.
그러나 3년차에 접어들면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신계약 수수료를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3년차 이후에도 유지 수수료가 존재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신계약 체결 시 수령하는 소득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승환·리모델링 권유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정착지원금이 대거 지급되면서 설계사의 영업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착지원금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다량으로 보유한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GA가 지급하는 일종의 초기 지원금이다.
다만 보험계약의 관리 주체는 설계사 개인이 아니라 원수보험사와 GA 등 회사에 있는 만큼 설계사가 소속을 옮긴다고 해서 기존 계약이 함께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설계사는 사실상 신규 영업을 통해 다시 기반을 다져야 하는 구조다. 이에 GA는 초기 영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착지원금을 지급하지만, 해당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상 신계약 확대 압박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수료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상품일수록 불건전 판매 관행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통상 보장성 생명보험 상품의 수당이나 시책이 손해보험사의 실손·운전자보험 등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일부 설계사가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생보 상품 위주로 영업에 나설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든 GA 설계사가 수수료 중심으로 영업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과도한 경계는 지양하라고 강조한다. 간병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 새로운 담보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보완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장 공백과 보험료 부담, 기존 계약의 유지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고, 상품 구조 변경에 따른 손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의 성향과 보상 구조에 따라 권유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입 후 2년이 채 되지 않았거나 막 지난 시점에 유사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권유받는다면 보장 공백이나 해지환급금 손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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