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부정 거래' 무죄 받은 LG家 구연경, 카메라 내리치며 '짜증 퇴장'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2.11 06:00 / 수정: 2026.02.11 06:00
구연경·윤관 부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 1심 무죄
재판부 "직접 증거 없어…검찰 제시한 간접사실도 인정 안 돼"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혐의를 받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혐의를 받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이성락 기자]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의심을 받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 대표는 법원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몰리자, 카메라를 내리치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1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와 윤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렸다. 해당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주가 조작·미공개 정보 거래 관련 엄벌 기조와 맞물려 큰 관심을 받았고, 1심 결과가 나오는 이날 남부지법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구 대표가 돌발 행동을 보인 건 무죄 선고가 나온 직후다. 그는 취재진 카메라를 손으로 내리치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이 갑자기 몰려 이동이 어려웠던 데다, 근접 거리에서 자신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순간적으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와 윤 대표의 민간 경호원들도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였다.

구 대표와 윤 대표 모두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4월 윤 대표로부터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약 1억원)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윤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아내인 구 대표에게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이날 재판부는 쟁점 중 하나인 미공개 중요 정보(BRV의 메지온 투자) 생성 시점에 대해 "2023년 4월 12일경 이미 정보가 생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월 12일은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매수한 날로, 이는 "4월 12일 이후에 메지온 투자가 확정됐다"고 주장한 부부에게 다소 불리한 판단이다. 4월 12일 또는 그 이전에 미공개 중요 정보가 생겼다면 이 정보를 활용했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중요 정보가 미리 생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달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검찰은 윤 대표가 스페인·이탈리아 가족 여행 후 4월 1일부터 구 대표와 함께 국내에 머무르면서 '구두'로 정보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부 관계인 두 사람이 구두로 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녹취 등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나아가 이날 재판부는 부부를 둘러싼 간접 증거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관 BRV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윤관 BRV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헌우 기자

검찰이 '수상한 정황'으로 지목한 부분은 '투자 유사성'이다. 구 대표가 2023년 3월 이후 메지온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등의 주식을 취득했는데, 해당 종목 모두 윤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고 있는 BRV캐피탈과 다올이앤씨가 투자한 회사들과 동일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은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구 대표가 윤 대표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 종목을 선택했고, 메지온 주식을 사들인 것도 윤 대표의 입김에 의한 것으로 봤다.

구 대표와 윤 대표가 평소에도 투자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해 왔다는 점도 의심을 샀다. 검찰이 제시한 부부의 텔레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구 대표 모친 김영식 여사의 고교·대학 동창인 '성하아주머니'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질문을 하자, 구 대표는 이 내용을 윤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후 윤 대표가 고려아연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했고, 구 대표는 '알겠다'고 답한다.

이밖에 구 대표가 증권사 직원을 통해 메지온 주식을 사들일 당시, '예수금 전부를 사용하라'고 언급하거나, 고가 매수도 허용하는 등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인 점도 간접 증거로 제시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구 대표와 BRV캐피탈, 다올이앤씨의 투자 내역이 일치하는 것으로 투자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텔레그램 내용도 조언을 구하는 내용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 대표가 상한을 정해놓고 메지온 주식을 매수한 게 이례적이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제시한 간접사실은 반대되는 사항이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 대표는 메지온 (주식 투자가 아닌) 직접 투자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봤을 때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메지온 투자 사실을) 알렸다고 볼 수 없다"며 "구 대표는 메지온 주식을 통한 차익도 실현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 보유 중이다. 의심받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1심 판결문을 분석한 후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2심이 열린다면, 검찰은 더욱 명확한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운 '부부간 미공개 정보 전달'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쉽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한편, 구연경·윤관 부부는 2024년 3월 언론을 통해 '수상한 주식 거래'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즈음 구 대표가 문제의 메지온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 시도했다가 이사회 '수증 보류' 결정으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구 대표는 책임 회피 목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는 주식을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공익법인에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시민단체는 "범죄가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니 수사해달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이를 접수한 검찰은 금융위원회의 판단 등을 거쳤고, 2024년 10월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짙다는 판단 아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경기 평택 소재 LG복지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1심 첫 공판은 지난해 4월 열렸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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