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애플페이가 한국 결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하면서 연내 신규 카드사의 진입 여부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일부 카드사의 진입 정황이 포착되면서 연내 추가 확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결제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시사한 만큼 활용 가치도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잔액은 109조987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합산 승인잔액(586조6616억원)의 18.74%를 차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개인 신용카드 해외 승인잔액은 전년 대비 12.28% 증가한 3조7642억원으로, 점유율은 25.25%다. 개인 신용카드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상위권에 진입한 시점은 애플페이 도입 이후로 평가된다. 연회비 구간을 세분화한 상품 전략과 결제 편의성을 강화한 서비스 전략이 맞물리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애플페이 도입 이전인 2022년 기준 개인 신용카드 점유율은 16.71%로 신한카드에 이어 2위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해외 결제 부문 점유율은 15.72%로 업계 4위에 머문 바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 도입 이후 장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해온 신한카드를 추월하고 해외 결제 부문에서도 실효성을 입증한 셈이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의 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 입증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국내 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 정착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유통점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NFC 단말기 도입이 확대되면서, 편의성에 대한 소비자 체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토스플레이스가 단말기 보급에 속도를 높여오면서 영세 가맹점에서도 NFC결제 편의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수수료 부담 역시 감내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결제 시장 경쟁력 강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 현대카드의 실적이 '점유율=경쟁력'이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는 의견이다.
애플페이의 대항마로 거론돼 온 카드업계의 자구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애플페이의 존재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사 연합 모델로 출범한 '오픈페이(앱카드 연동 서비스)'는 기대와 달리 이용 확산에 실패하며 사실상 시장 안착에 실패한 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결제 경험의 차별성이 부족한 데다 소비자 체감 효용이 제한적이었던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편의성은 물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의 상표 가치도 중요하다"며 "오픈페이의 경우 편의성과 상표 가치 모두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반면 애플페이는 기본적인 성공 요인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터치앤고와 협업해 '우리WON페이'에 NFC 결제 기능을 도입했지만, 상용화 단계로 평가하기에는 가맹점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준 터치앤고 NFC 사용처는 △서울(10곳) △경기(8곳) △인천(6곳) 등 총 24곳이다. 최근 터치앤고가 핀테크 제휴 영업 담당자를 채용하며 가맹점 확대에 나선 만큼 장기적으로 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당장의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애플페이 도입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잇달아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한 서비스 도입 차원을 넘어 결제 인프라와 회원 기반 확대 전략과 맞물릴 경우, 애플페이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애플페이 도입 가능성이 가장 자주 거론된 곳은 신한카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관련 약관 심사를 통과시켰다는 소식과 함께, 애플페이 결제 화면 노출과 상표권 출원 등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준비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신한카드는 내부적으로 우량 차주 확보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페이 도입이 신규 회원 유입과 결제 이용 확대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다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강점인 회원 기반에 결제 편의성까지 더해질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KB국민카드 역시 이른바 '애플페이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거론돼 왔다. 과거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KB국민카드 애플페이 구축-탠덤 경력자' 채용 공고가 게시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올해 KB국민카드는 영업망을 전면 재정비하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한 만큼, 결제 편의성 강화 기조와도 부합하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모두 애플페이 출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걸쳐 애플페이 도입설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출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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