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량 3500배 오지급"…당국 '엄중 대응' 예고에 빗썸 영업정지 등 중징계 무게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2.09 11:23 / 수정: 2026.02.09 14:57
"점검 후 검사 전환 가능성" 당국 기류…제재 수위 촉각
영업 일부·전부 정지부터 대표 중징계까지 거론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로 내부통제 취약성이 드러난 빗썸에 대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로 내부통제 취약성이 드러난 빗썸에 대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60조원대에 달하는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낸 빗썸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고강도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 전산 입력 오류를 넘어 내부통제 체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영업 정지와 경영진 중징계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개별 거래소를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참여자 695명에게 1인당 2000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 입력 오류로 각각 2000비트코인(BTC), 총 62만개가 계정에 입고되는 사고를 냈다. 이는 빗썸이 공시한 자체 보유 물량(175BTC)을 3500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일부 물량이 매도되며 가격이 급변했고, 장부상 수량과 실제 보유 자산 간 검증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수량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중앙화거래소(CEX)는 거래 체결 시 블록체인에 즉시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액을 변경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 때문에 온체인 보유량과 내부 장부 수량 간 불일치를 즉각 차단하지 못하면, '유령 자산'이 시장에 유통되는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주요 거래소들은 "실재하지 않는 자산이 출금 가능 상태로 넘어가는 일은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업비트는 실보유 자산만 지급되도록 설계된 이중 통제 장치와 온체인·DB 실시간 대사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인원은 자산 이동 시 다단계 승인·검증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고, 코빗은 이중원장(Double-Entry) 방식으로 출금과 입금이 동시에 성립되지 않으면 기록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고팍스 역시 다중 승인과 출금 통제 체계를 운영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정 거래소만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장부 거래 구조를 채택한 플랫폼 금융기관이라면 유사한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온체인 실제 보유 수량과 장부상 수량을 실시간으로 맞추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산의 실재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은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빗썸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필요 시 검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점검 단계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사안이 엄중한 만큼 '검사'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기자간담회에서 빗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 준비와 고위험 분야 기획조사를 예고하며 감독 강화를 시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기자간담회에서 빗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 준비와 고위험 분야 기획조사를 예고하며 감독 강화를 시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빗썸 사고에서 드러난 구조적 취약점 해소 등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을 준비하고, 주요 고위험 분야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점검 결과 내부통제 미비가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영업 일부 또는 전부 정지, 대표이사 문책경고·직무정지 등 중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근거해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는 가능하다"며 "다만 법적 근거 범위를 벗어난 처분은 어렵기 때문에 현행 법 체계 안에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일부 영업정지 6개월 △대표이사 직무정지 3개월 △임원 해임 권고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 시장에 유통된 사안에 대해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엄중히 물은 전례다.

이번 사고는 빗썸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장 심사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는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또한 올해 예정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갱신 심사와 실명계좌 연장 과정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2단계 입법, 이른바 '디지털자산기본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본법에는 거래소 인가제 도입,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의결권 지분 15~20% 제한, 내부통제 기준 명문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거래소의 과도한 지배력과 내부통제 미비 문제를 재조명하며 지분 규제 강화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사실상 공적 인프라로 기능하는 만큼 소유·지배구조의 분산과 책임성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정부안 수용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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