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테슬라 차량의 '매립형 도어 손잡이'를 둘러싼 안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는 조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고 중국은 관련 규제 도입에 나섰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안전 기준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도어 설계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산하 결함조사국(ODI)은 지난해 12월 테슬라 차량 도어 손잡이 구조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요청에는 도어 손잡이가 외부에서 식별하기 어렵고 비상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사고 상황에서 문을 열지 못해 차량 유리를 깨고 탈출했다는 사례도 제기됐다.
유사 사고와 관련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테슬라 모델Y가 충돌 후 화재가 발생했으며 운전자는 사고 직후 911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유가족 측은 소장에서 도어 시스템 결함으로 차량 내부에 갇혔다고 주장했다. 앞서 워싱턴주와 위스콘신주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하며 테슬라가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외신은 최근 10년간 테슬라 도어 작동 불능과 관련한 사고로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매립형 도어 손잡이는 차체 외부로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아 공기저항 감소와 디자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확산됐다. 테슬라가 해당 구조를 처음 도입하면서 전기차 업계 전반으로 적용이 확대됐다. 그러나 차량 전원이 차단될 경우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내부 수동 개폐 장치 위치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안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중국 정부는 매립형 도어 손잡이에 대한 안전 규제 도입에 나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자동차 문손잡이 안전 기술 요구'를 발표하고 차량 내·외부에 기계식 문 열림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해당 규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며 이미 판매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차량도 2029년 1월까지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실제 중국에서도 샤오미 전기차 SU7이 교통사고 이후 화재가 발생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차량 내부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논란이 확산됐다.
새 기준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외부에서 어느 각도에서도 손을 넣어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외부 손잡이는 최소 가로 6㎝, 세로 2㎝, 폭 2.5㎝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거나 동일 규격 손잡이가 차체 밖으로 돌출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실내에도 탑승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물리식 개폐 장치를 설치하고 문 여는 방법을 안내하는 표지 부착도 의무화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차량 구조를 변경할 경우 모델당 1억 위안(약 208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만큼 안전 기준을 강화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별 사양 대응이 필요해질 경우 제조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들이 공기저항 감소와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립형 손잡이를 도입해 왔다"면서도 "전기차는 전자식 도어 개폐 구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로 배터리나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 문을 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기계식 개폐 장치를 의무화한 것은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설계 과정에서 관련 안전 설계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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