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소주, 맥주의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가 대세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과당을 제거한 저도주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맥주에서도 알코올을 쏙 뺀 비알코올 음료가 젊은 고객층 사이로 빠르게 퍼지는 모습이다.
달라진 주류 공식은 내용물을 넘어 패키지마저 바꿔놨다. 소주병은 초록색, 맥주병은 갈색이라는 경계도 허물어져 다양한 디자인 변화가 이뤄진다. 이는 국내 주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국내 주류시장은 2020년 10조8000억원에서 2024년 9조7000억원으로, 4년 새 10.2% 감소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헬시 플레저' 열풍과 함께 회식 문화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축소되자, 업계가 저도주·제로 슈거·비알코올 제품에 이어 패키지 변화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 소주도 저도주 바람…후발주자 롯데, '새로' 투명색으로 '제로' 강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2년 9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증류주인 '새로'를 선보였다. 새로는 '처음처럼'에 이은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슈거(Zero Sugar)' 라인의 소주다. 출시 당시 알코올 도수가 16.5도로, 주류업계 내 저도주 바람을 일으켰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할 당시에도 18도라는 낮은 도수를 채택한 바 있다. 이후 저도주 선호 트렌드가 확산하자 후속 주자인 새로를 공개했고, 지난달에는 도수를 15.7도까지 더 내렸다.
새로는 패키지마저 기존 소주 병과는 다르게 구상했다. 소주병 고유의 초록색이 아닌, 투명색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 제로 슈거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함으로, 내용물을 투명하게 공개해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병 모양 역시 한국 도자기의 곡선미와 물방울 형상을 반영했으며, 라벨에 구미호 캐릭터 '새로구미'를 새겨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새로는 저도주와 제로 슈거 이미지를 선점하며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7억병을 달성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병 디자인은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새로가 가장 공들였다"며 "새로가 출시된 후 소비자들이 오히려 병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눈에 확 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새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했다.

◆ 맥주도 저칼로리·비알코올 열풍…갈색병 벗고 초록·투명 색으로
맥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새로운 형태의 패키지와 디자인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첫 시작은 하이트진로 테라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달리, 맥주에서는 오비맥주 카스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기존 하이트맥주에서 신제품 개발로 방향을 틀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019년 3월 출시한 테라였다.
테라는 라틴어로 '흙', '대지'를 뜻한다. 호주에서 자란 청정 맥아와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리얼 탄산만을 사용했다는 점으로, 기존 맥주와 차별화를 꾀했다. 테라는 시장을 빠르게 안착하면서 카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젊은 고객층이 맥주에도 칼로리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칼로리 함량을 33% 낮춘 '테라 라이트'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청정'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맥주병의 상징인 갈색에서 벗어나 소주 고유의 초록색을 도입했다. 병 어깨 부분에는 나선형 토네이도 문양을 입혀 청량감을 시각화했다. 테라는 출시 7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59억병을 돌파했다.
이에 질세라 오비맥주 카스도 변화를 시도했다. 카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해야 했다.
카스는 2021년 3월 '올 뉴 카스'라는 콘셉트로 리뉴얼하며 투명 병을 도입했다. 1994년 출시된 장수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시도였다. 투명 병을 통해 황금빛 라거의 색감을 노출함으로써 신선함과 청량감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맥주 공정에서도 '콜드 브루' 방식을 도입, 0℃에서 72시간 저온 숙성하는 등 품질을 개선했다.
카스는 패키지에 변온 잉크인 '쿨 타이머'를 부착해 최적의 음용 온도를 알 수 있게 했다. 온도 센서가 장착된 'FRESH' 문구가 파란색으로 변하면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가 되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음주를 즐기지 않는 수요를 반영해 비알코올 음료인 '카스 0.0'을 출시하는 등 트렌드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tellm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