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 허용 논의가 유통주의 실적 변수로 떠올랐다. 매장 영업 규제는 그대로 두되 온라인 주문의 포장·반출·배송만 예외로 풀리는 만큼, 수혜는 매출 확대보다 비용 구조 개선에서 갈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4일 비공개 실무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규정은 유지하되,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단서를 신설하는 방향이 검토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심야 시간에도 온라인 주문의 포장·반출·배송 업무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소상공인·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상생협약 논의와 이해관계자 조율을 전제로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의 시선은 온라인 주문 증가 자체보다 심야 시간대 운영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점포 활용 시간이 늘어나면 매장을 주문 처리 거점으로 돌릴 여지가 생긴다. 다만 심야 인력 투입과 라스트마일 비용이 함께 늘 수 있어 물량 확대가 이익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배송을 외부 라이더 네트워크에 의존할 경우 단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자체 인력을 늘리면 고정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혜 후보로는 대형마트를 보유한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먼저 거론된다. 규제 완화가 점포의 유휴 시간을 활용할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 국면에서 "주요 기업 할인점은 기존점 매출액 기준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온라인 주문 처리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포 운영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피킹·패킹 효율이 개선되면 고정비 레버리지도 일부 작동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의무휴업 완화가 현실화되면 연간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영업이익도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정책 변화의 파급이 오프라인에만 그치지 않고 온라인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의는 오프라인 영업시간 전체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영업행위에 한정된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의무휴업 규제 완화 이슈를 분석하며 "영업시간 규제 완화는 온라인 매출 확대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는 중요한 요인"이라면서도 "실적 반영 폭은 점포별 물량과 운영 효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같은 심야 운영이라도 점포 위치, 배후 수요, 배송 동선, 처리 방식에 따라 단위당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규제 완화가 곧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SSM 비중이 큰 GS리테일 등은 해석이 더 조건부다. 제도 변화로 주문 처리 시간은 늘릴 수 있지만, 점포 수가 곧바로 물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심야 물량 확보와 점포 내 작업 효율, 배송 네트워크 설계가 함께 맞물려야 손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SSM은 생활권 수요를 기반으로 하지만 점포 면적과 후방 작업 공간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주문 물량이 늘수록 작업 동선과 인력 배치가 수익성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을 둘러싼 평가는 대체로 영향 제한 쪽이 강하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쿠팡은 전용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기반 운영 체계를 갖춘 만큼 마트의 심야 주문 처리 허용만으로 경쟁 구도가 단기간에 뒤집히긴 어렵다는 관측이 불거진다. 다만 쿠팡이 사실상 독점해온 야간 주문 처리의 시간 우위가 일부 완화되면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책이 실제로 실적 재료가 되려면 입법 속도도 관건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 추진이 지자체 움직임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법 개정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상생협약 논의, 이해관계자 반발 조율, 현장 적용 방식(허용 범위·운영 가이드라인 등)을 두고 추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시장이 기대하는 실적 개선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논의의 방향성만으로 당장 실적 추정치를 바꾸기엔 이르다"며 "입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심야 주문 처리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그에 따른 추가 인건비와 배송비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확인할 포인트는 정책 문구보다 실행 지표에 가깝다. 심야 주문 처리 허용이 현실화될 경우 온라인 주문 처리량 증가 속도, 심야 운영 인건비·배송비 상승 폭, 점포 거점화에 따른 온라인 적자 축소 여부가 분기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주영훈 연구원도 "새벽배송은 비용 구조 문제로 법적 허용과 무관하게 전국 확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