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대형마트의 전자상거래 영업시간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차원에서 본격 추진되며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온 대형마트에 숨통을 터주겠다는 취지로, 업계에선 소비자 편익 증진을 기대하며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지적과 골목상권 초토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비공개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현행법상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해, 전자상거래에 한해서는 심야·새벽 시간대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는 대형마트에 심야 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해당 규제가 시행되는 동안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급성장했으며, 결과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당정은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조항에 단서를 달아 전자상거래 활동은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도 쿠팡처럼 새벽배송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스텝을 밟았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구매 채널의 선택지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편익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완화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점포 리뉴얼이나 시스템 정비, 인력 채용 등 준비가 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무휴업일 논의가 빠진 영업시간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라는 것이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규제 두 가지인데, 의무휴업까지 풀어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온라인 배송은 점포를 베이스로 하다 보니 의무휴업일이 있으면 그날 배송을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새벽배송을 하더라도 의무휴업일이면 매장은 쉬지만 직원들은 출근해 후방에서 일을 해야 하는 비효율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유통 환경 변화에 비춰 이번 논의가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제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재검토하자는 논의는 의미 있다고 본다"며 "그동안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및 배송 규제로 동일한 상품 및 물류 경쟁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받아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상공인들은 이번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 논의가 소비자 편익 확대와 유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골목 상권 보호라는 기존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규제가 쿠팡만 키웠다는 핑계로 대형마트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것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치이고 경기 침체에 우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기업의 무한 경쟁 틈바구니 속으로 밀어 넣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규제의 실패는 대형마트를 막아서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방치해서 발생한 것"이라며 "쿠팡을 견제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은 이미 쿠팡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며 입법·행정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규제완화로 365일 24시간 배송이 가능해지면 전국 수백개 대형마트와 SSM은 사실상 거대한 '다크스토어'로 변모하게 된다"며 "현재 배달의민족 B마트나 쿠팡이츠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 대형마트 자본이 전면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협회는 "그 타격은 고스란히 동네 정육점·청과상·중소형 마트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오랜 숙원이었던 새벽배송 길을 열게 될지, 아니면 소상공인 반발에 막혀 또다시 표류하게 될지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